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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3만원이면 월급쟁이도 미술 컬렉터 될 수 있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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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학도 출신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

정지연 대표는 “그림을 살 때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정지연 대표는 “그림을 살 때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보통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는 데 한 달에 3만원 정도는 쓰잖아요. 그만큼만 미술에 투자하면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어요.”

될성부른 무명 작가와 대중 연결
세뱃돈으로 사간 10살짜리 손님도

최근 서울 이화동의 갤러리카페 ‘미나리하우스’에서 만난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벽에 걸린 그림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카페에는 서양화가 허승희씨가 그린 22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가격은 30만원에서 최고 350만원. 아래 선반에는 신진작가 40명의 작품을 정리한 포트폴리오 파일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에이컴퍼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중에게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그림 구매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어디서 사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

컴퓨터공학도 출신인 정 대표가 미술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컨설팅 회사에서 미술시장 조사업무를 하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났어요. 하루는 촉망받는 신진작가의 작업실에 갔는데 문앞에 독촉 고지서까지 붙어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는 2008년 인터넷에 ‘아티스트팬클럽’이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해 매달 한 명씩 신진작가를 인터뷰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가 본격적으로 그림 판매에 나선 건 에이컴퍼니를 설립한 2011년부터다. 무명 예술가를 발굴해 개인전을 열어주고,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해마다 ‘브리즈아트페어’를 열었다. 그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올 수 있게 관람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10개월 무이자 카드 할부 서비스를 제공했다 . “몇만원이면 내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관람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죠. 그래서인지 처음으로 그림을 샀다는 분들이 많아요.”

정 대표는 지난 9월 4회째를 맞은 브리즈아트페어에서 신진작가의 그림 120여 점을 총 8000만원에 판매했다. 그는 “세뱃돈을 가지고 와서 그림을 사간 10살짜리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고, 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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