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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5) 재취업 프로젝트⑥ 창업하려면 젊어서 도전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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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담 광고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는 파인존 윤태원씨는 곧 고희(古稀)를 바라본다. 청년은 취업이 어렵고, 직장인도 50대만 되면 상시 구조조정 칼바람에 휙휙 짐을 싸는 고용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왕성한 현역이다. 비결은 창업이다. “제일기획을 거쳐 한화 계열 광고회사 한컴에서 임원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더 연장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래봐야 어차피 언젠가 잘릴테니까요. 그게 월급쟁이 운명일테죠.”

잘 나가던 광고기획사 아이디어맨이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지 16년이 흘렀다. 그동안 어떻게 사업을 이끌었는지 궁금해졌다. 여전히 잘하고 있다면 고령화시대의 인생이모작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67세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젊고 탄력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젊게 보이는 비결이 뭡니까.
“늘 활동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난 이 나이껏 한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회사 운영은 얼마나 됐습니까.
“52세에 그만두고 나와서 시작했으니 벌써 16년이 됐네요.”
현업의 경험과 지식을 많이 활용하고 접목하시는 게 비결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광고회사에서 하던 업무는 모두 기획업무거든요. 홍보업무도 비슷하죠. 일반 여행사는 상품에는 밝지만 기획력을 발휘할 일은 적지요. 사업에는 기획이 중요하니까 현업에서 배웠던 업무경험이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업을 해온 윤씨 회사에는 현재 직원이 8명이다. 창업을 해 남 월급 주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아내로부터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 임원을 스스로 그만뒀으니 좋아할 배우자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창업전략이다. 그는 막무가내가 아니었다. 평소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업무 경력과 접목하자는 데서 창업의 첫단추를 끼웠다. 그래서 조기퇴직 후 무작정 일본으로 달려갔다.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일본인의 도움을 도쿄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스가모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서 그는 3개월 비자를 받아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일본 업무를 하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창업의 3대 포인트>

1. 에너지가 왕성할 때 시작하라
2.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극대화하라
3. 창업에 필요한 재교육을 받으라

윤씨는 “외국어라는 것은 말뿐 아니라 그 나라 문화와 관심을 함께 배우고 익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52세 나이에 현지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본어를 배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의 사업은 수년 전보다 한층 탄탄해져 보였다. 핵심 업무는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한국인 관광객을 소개하거나 유치하는 일이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일본 지자체의 의뢰가 있으면 관광설명회도 국내 주요 도시에서 열고 있다.

요컨대 윤씨의 이모작은 ‘성공의 법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째 인생 이모작까지 생각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조기퇴직한 점이다. 재취업이 아니라 창업에 도전하려면 조금이라는 젊을 때가 좋다는 것이 교훈이다. 둘째는 자신의 업무 경험과 지식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창업에 필요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윤씨는 그냥 창업에 나서지 않고 핵심 수단인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3개월간 어학공부를 했다. 식당을 하더라도 창업자가 음식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주방장에게만 맡겨놓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가족의 동의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 윤씨는 부인에게 자금관리를 맡기고 있다. 아이를 다 키웠으니 맡아달라고 했고 부인에게 맡기니 자신은 사업에만 열중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이 밖에도 많은 비법을 공개했다. 일을 할수록 사업 아이디어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반퇴시대의 적임자다운 반응이었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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