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장원 수상작 ‘순실전’ 전문

TONG

입력 2016.11.18 17:00

업데이트 2016.11.20 09:33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장원 수상작

순실전(허생전 패러디)

-김현재·서정환

순실은 강남에 살았다. 곧장 자택 밑에 닿으면 마당 위에 오래된 곰탕이 놓여 있고 곰탕을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그 기가 막힌 향이 비바람마저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순실은 프라다만 좋아하고, 그의 딸이 말을 타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딸이 우승에 실패해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제가 심판의 농단으로 우승을 하지 못했으니, 말은 타서 무엇 합니까?”

순실은 웃으며 대답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소.”

“그 심판은 어떻게 못하시나요?”

“한 3년은 취직을 못하게 하면 어떻겠소?”

“그건 당장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지금 당장은 강남에 있는 걸 어떻게 하겠소?”

딸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굿을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그깟 심판 하나 처리 못 한다면, 농단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순실은 먹던 곰탕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곰탕 먹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 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순실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청와대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성중에서 제일 권력자요?”

그네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순실이 곧 그네의 집을 찾아갔다. 순실은 그네를 대하여 길게 읍을 시키고 말했다.

“체육계에 비리가 있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연설문을 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네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연설문을 내주었다. 순실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그네 집의 자제와 손들이 순실을 보니 인성이 거지였다. 멘탈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거만한 표정하고는 완전 나자빠졌으며, 쭈그러진 얼굴에 주워 온 듯한 고급 코트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곰탕 국물이 흘렀다. 순실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알지.”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저자가 누구길래 연설문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이유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그네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얻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무당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우주의 기운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먹어 보겠다는 나라가 작은 나라가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연설문을 주는 바에 이유는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순실은 연설문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미륵으로 내려갔다. 미륵은 온갖 인사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창조경제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모금이란 모금은 다 받고 멀쩡한 재단 하나를 해체해버렸다. 순실이 국정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그네를 믿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그네에게 딱 달라붙어있던 사람들이 도리어 순실에게 붙어버리게 되었다. 순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당 일로 온갖 국가의 일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말·금메달·서류 따위를 가지고 이화여대에 건너가서 관련 인사를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이제 곧 우리 딸이 출석도 안 하고 이 학교에 다닐 것이다.”

순실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그 딸이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순실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나라가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나라에 닿았습지요. 아마 덴마크 벨기에의 중간쯤 될 겁니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짐승들이 떼 지어 놀며, 물고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나 혼자 부귀를 누릴 걸세”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그 나라에 이르렀다. 순실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내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저택은 될 수 있겠구나.”

“먼 타국에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하고 사공이 물었다.

“돈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돈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한국에 권력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언론에서 그네에게만 주목하느라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권력자들은 힘을 쥐고도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순실이 권력자의 산채를 찾아가서 대머리를 달래었다.

“CF, 뮤직비디오, 미니 드라마를 한편씩 찍으면 얼마가 돌아가지요?”

“겁나 많이 돌아가지요.”

“문화계를 주물러 본 적 있소?”

“없소.”

“국정에 참여해본 적은?”

대머리가 어이없어 웃었다.

“그 정도 위세가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문화계를 손에 넣고 대형 CF를 싹쓸이 하고 국정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가? 그럼 도둑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도둑질도 할 수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빽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순실은 웃으며 말했다.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빽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게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대통령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이야기하구려.”

순실이 대머리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대머리는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대머리가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순실이 대통령을 싣고 온 것이었다. 대머리가 대경(大驚)해서 순실 앞에 줄이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허나 이게 발각되어 검사들이 다투어 증거자료를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62.5kg 이상을 거뜬히 들어버리면서 기자들의 칼날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이를 본 우씨 성의 수석이 말하길, “너희들, 62.5kg을 한 손으로 지면서 무슨 검사를 하겠느냐? 저리 가서 순실이나 구속하는 척하고 이제 너희들이 청렴한 국민의 지팡이가 되려고 해도, 검찰의 비리가 이미 기자의 장부에 올랐으니 할 게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가서 검찰청장과 여러 사람들 불러서 오거라. 수사 받는 척 할 터이니.”

수석의 말에 검사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우수석은 팔짱을 낀 채 준비하고 검사들을 기다렸다. 관련자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수사 받는 척을 하며 웃음을 띠고 있는데, 수석의 모습을 찍어낸 용자가 있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취조 받는 입장이 뒤바뀐 듯 하고, 대통령의 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미고도 안전할 것이라는 듯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국민들은 다시 분노하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시민의 95%가 단합하는 결과를 낳을 거라 누가 예측하였으랴.

순실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모든 프로젝트가 끝났구나” 하고, 기자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내가 지은 죄는 하늘이 알며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에 국민께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나를 용서하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논할 말이 없을 뿐이다.” 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사라진 그 자리에는 프라다 신발 한 짝이 놓여있었다.

다른 기자들은 물러가는 듯하였으나 손공 휘하 기자들은 의욕을 불사르며 “뒤져서 증거 나오면 퇴진이다” 하고 독일에서 컴퓨터를 가져오고 병원에서 분쇄기에서 갈린 쓰레기를 봉투째 뒤지며 말하길,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겠지. 그러나 한 사람의 행동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 받는다면 전 세계에도 용납할 국민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나라에서랴!” 했다.

그리고 뜻이 같은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밴에 태우면서, “이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하였다.

그네는 푸른 지붕 집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자신의 잘못은 뉘우치는 듯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포폰으로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어, 언니 나 순실이올씨다.”

그네가 듣고 깜짝 놀라매, “아직 연락이 되시오?” 하고 묻자, 순실은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하지 않았소?”

그네가 웃으며,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거요. 조금만 버티시오. 개돼지들이 어찌 무엇을 하겠소?”하고, 순실에게 으름장을 내놓았다.

“내 누이가 하루아침 낡아빠진 투산 타는 행동을 견디지 못하고 무책임한 이야기를 중도에 발설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연설문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그네는 대경해서 일어나 사양하고, “그대의 언니 보고 투산을 타라고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못해도 롤스로이스 정도로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순실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내 누이를 양반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기자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순실이 구치소 밑으로 가서 조그만 감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간수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기자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방이 누구의 방이오?”

“순실 방입지요. 부유한 형편에 굿하기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귀국을 해서 독일에 돌아가지 않으시고, 시방 감방에 혼자 사는데, 전기장판 켜고 등 따숩게 지냅지요.”

기자는 비로소 그가 방에서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그네는 순실이 고쳐준 모든 연설문을 들고 구치소로 갔다. 구치소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아늑하여 전기장판과 티비 시청 자유 등을 누렸으니 3성급 호텔에 비유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네는 면회를 왔다고 하여 순실을 만났다.

“내가 대통령의 권력을 갖고 싶었다면 당신의 연설문을 고치고 앉아 있었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연설문을 고쳐주지 않을 거요.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기자들이 내 신발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게 하고 어서 나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할 궁리를 하시오. 나 하나로 국민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소?”

그네는 순실을 여러 가지로 회유하려 하였으나, 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네는 그 때부터 순실의 집에 기자나 카메라가 들이닥칠 때쯤 되면 경호원을 붙여 도와주었다.

순실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자주 오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를 여기서 빠져 나가게 해줄 궁리를 그네는 하고는 있는 게요?” 하였고, 혹 곰탕 한 그릇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이 혼란을 틈타 또 다른 계획을 의논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며칠을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는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한 기자가 1 년 동안에 어떻게 청와대나 이화여대에 이렇게 쉽게 순실 모녀가 침입할 수 있었냐고 물어 보았다. 또 다른 기자 가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쉬운 일이지요. 순실이라는 사람은 본래 최차돈이라는 아버지가 모든 계획을 실행함으로써 모든 권력을 그 아비가 얻게 되고 끝내 그네를 유혹해 한 팀으로 만들어 버리지요. 사실 최차돈은 스스로를 목사라 칭하지만 돈 10만원에 세례를 해주었던 터라 엄연히 이는 사기행위이나 이 수작에 넘어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외다.

우연히 육여사가 총에 맞고 돌아가시자 그네는 기댈 데도 없어지고, 이에 최차돈은 빅 픽쳐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한 무당을 시켜 울고 그네 이름 몇 번 불러주라고 시켰더니 그네가 그걸 보고 넘어가 버린 거고, 아비도 총에 돌아갔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지요. 어쨌든 최차돈은 불사한다는 그런 신도들의 믿음을 깨버리고 저세상으로 갔는데, 순실과 그 딸의 프로젝트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오.

그네와는 오래전부터 접선을 했고 총장과도 접촉하여 그네의 이름과 명성과 엄청난 돈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 게요. 이는 대학생을 화나게 했고 결국 총장이 사퇴한 게 아니오? 뭐 청와대는 말할 나위도 없겠지, 결국 이 지경이 되도록 그네는 한 게 없다 이 말이오.”

“처음에 순실은 선뜻 그네가 넘어올 줄 알고 찾아갔습니까?”

그 기자가 대답하길,

“이보오, 그때 세상에는 돈 많고 권력에 목마른 사람이 널리고 널렸었지. 그러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국민이 그것을 이해하겠소? 그러므로 순실은 정말 복 있는 사람이라. 아비의 말을 듣고는 장차 한나라의 대통령이 그 큰 힘을 그녀에게 줄 거라곤 누가 알았겠소? 이미 국가 기밀을 알린 다음에는 그네의 권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순실이 사사로이 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이번엔 꼬리가 너무 길었던 탓일까 걸려버린 게요.”

질문한 기자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온 국민이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모욕한 죄로 시위를 하여 하야하게 만들 생각이온데 이때, 이 혼란한 시기 때 또 다른 짓을 행하려 하지 않겠소? 과연 그들이 조용히 묻혀 지내겠습니까?”

“어허, 자고로 이미 시작한 일이 한둘이겠소? 우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한 우리 당당한 그네를 보시오. 그렇게 욕을 많이 먹고도 저렇게 거사를 치르고 계시지 않소. 불완전한 국제관계에 만족하지 못한 터인지는 몰라도 이런 행동을 이미 행하고 있소이다. 저기 포도당인가 개누리당도 그자 때문에 당 파산 위기에 처해 있고, 국회로 모든 책임을 돌려버리는 사람이라 역사적인 최저 지지율 5%로 바닥을 치셨으니 반드시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야. 오죽하면 백만 국민이 모인 광장에서 박시장이 이르길, ‘단 한 시간이라도 그네의 국민으로 살고 싶냐’고 묻지 않았소...”

기자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한편 우수석은 본래 검찰 사람들과 잘 아는 사이였다. 검찰은 당시 상황이 어정쩡하였기에 수석에게 혹시 수사할 만한 건덕지가 없는가를 물었다. 수석이 순실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검사들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군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 위세가 어떻다고 하더이까?” 하고 묻는 것이었다.

“이 몸이 그분과 상종해서 수년이 지나도록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도 못한다.”

“그인 실세이군요. 같이 가 봅시다.”

밤에 검사는 경찰들도 다 물리치고 우수석만 데리고 걸어서 순실을 찾아갔다. 수석은 검사를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홀연히 들어가서 순실을 보고 검사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순실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이 차고 온 곰탕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곰탕을 들이키는 것이었다. 수석은 원래 안하무인이라 검사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하진 않았으나, 순실이 대꾸도 않자 잊은 게 아닌지 해서 비로소 손을 들어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검사가 방에 들어와도 순실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검사는 몸 둘 곳을 몰라 하며 나라에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순실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검사이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 받는 법조인이로군. 내가 이런 구질구질한 방에서 나가겠다고 하겠으니, 네가 대통령께 아뢰어서 그냥 석방을 하게 할 수 있겠느냐?”

검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민중을 잠재울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순실은 “나는 원래 ‘민중’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외면하다가, 검사의 간청을 못 이긴 척 말을 이었다.

“그네가 내게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내 아비의 자손과 사돈의 팔촌까지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너는 정부에 청하여 경찰 병력 10만을 내어 이를 시기하는 자를 모두 구속시키고, 개돼지들한텐 어울리지도 않는 인권을 빼앗아서 그네에게 몰아주게 할 수 있겠느냐?”

검사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권세를 떨치려면 먼저 천하의 거상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에 가려면 먼저 돈세탁을 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그네 정부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한민족과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민주화 되어 그 민주주의란 것이 쥐고 흔들기 간단한 터이다.

진실로 전대갈처럼 우리 군인들이 탱크 몰고 계엄까지 하도록 허용해 주고 상인의 출입을 금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를 타도하려 함을 보고 두려워 수그러들 것이다. 따르지 않는 이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깎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그중 학생에게는 물고문을 하여 이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북한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북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부호를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요직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검사는 힘없이 말했다.

“이 나라가 힘들게 민주화 되어 모두가 민주주의를 지키려 드는데, 누가 계엄을 하고 북한과 결탁하려 하겠습니까?”

순실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민주주의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오랑캐 땅에서 생겨난 것을 가져다 민주주의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양장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서양 놈이나 입는 것이고, 사람들을 한데 모아 보통선거, 평등선거 하는 것은 서양 오랑캐의 습속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민주주의라 한단 말인가?

러시아 라스푸틴은 나라를 얻기 위해 유능한 사령관 갈아치우기를 아끼지 않았고, 중국 은나라 달기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주지육림 만들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대의를 위해 민중을 제어하겠다 하면서, 그까짓 계엄령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전차를 달리고 칼을 쓰고 수류탄을 던지며 방사쇠를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군복을 고쳐 입지 않고도 딴에 민주주의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 받는 법조인이라 하겠는가? 신임 받는 법조인이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단두대에 올려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순실은 좌우를 돌아보며 단두대를 찾아서 베려 했다. 검사는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방이 텅 비어 있고, 순실은 간 곳이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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