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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서류 9등, 면접 뒤 6등 합격…2명이 억울한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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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순실 국정 농단 교육부, 이화여대 특감

교육부가 이화여대 특별감사를 통해 최순실(60·구속)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입학 과정과 학사 관리에서 학교 차원의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18일 교육부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할 교직원만 18명에 달한다.

입학·학사관리 조직적 부정 확인
정씨, 면접 때 금메달 소지 규정 위반
직원 “총장이 뽑으라 했다는 말 들어”

교육부는 그러나 이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 부정행위에 가담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일부 교수가 특혜 대가로 정부 연구비를 받았다는 의혹이나 이화여대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

정씨가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된 면접고사장에 금메달을 가져가도록 허락하고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한 인물은 당시 입학처장이다. 그의 지시대로 면접위원들은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정씨보다 앞선 순위 지원자 2명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일부 면접위원은 쉬는 시간에 2명의 수험번호를 호명하며 “전성기가 지났다. 과락시켜야 한다”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서류평가에서는 9등이었던 정씨는 6등으로 합격권에 간신히 들었다. 앞 순위에 있던 3명 중 1명은 면접에 응시하지 않았고, 2명은 면접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탓에 탈락했다. 교육부는 부정행위를 한 정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려 하지만 피해자 2명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

당시 입학처장은 교육부 감사에서 “사전에 정씨가 정윤회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최경희 당시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교육부는 다른 교직원으로부터 “입학처장이 ‘총장께서 정유라를 뽑으라 했다’고 말한 걸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감사 과정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김태현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은 “3시간 동안 총장에게 캐물었지만 다른 진술이나 증빙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순실씨 모녀와 함께 최 전 총장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출석과 학점 부여 등 특혜 제공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도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교수들은 김 학장이 교수와 강사에게 ‘정유라를 신경 써라’ ‘잘해 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며 “학장으로서 개입했을 여지가 커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들이 왜 특혜를 제공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 부분은 확인하지 않았다. 단지 최씨 모녀에 의한 입시부정으로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 수주, 재정지원에 관련한 의혹은 여전히 남았다. 교육부는 김경숙 전 학장, 이인성 교수 등이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9건의 정부 연구과제를 수주해 연구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 결과 연구비를 식사비로 쓰거나 외유성 출장비로 사용한 사실만 확인했을 뿐 수주 과정의 비리는 없다는 게 교육부의 결론이다.

이화여대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재정지원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엔 2000여 명이 참여한다. 비리가 있었다면 제보가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이화여대가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싹쓸이’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지원 사업은 평가 점수가 더 높은 순위였던 대학을 밀어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김청현 교육부 감사관은 “교육부 행정감사 조사엔 한계가 있다. 풀리지 않은 의혹은 수사권을 가진 검찰 등에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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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이화여대의 조직적 입시부정이 확인됨에 따라 이미 선정된 재정지원사업의 지원금을 감액할 방침이다.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올해 이화여대 지원금은 185억2000만원인데 감사 결과에 따라 최대 30%까지 삭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화여대 측은 “관련자 징계와 정씨의 입학 취소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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