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건설 중인 2조7000억원대 복합 리조트 엘시티(LCT) 개발 비리로 지난 12일 구속된 이영복(66·구속·사진) 청안건설 회장이 서울에서도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서울에서 이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인 유흥업소 사장 이모(51)씨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 도피 도운 유흥업소 사장 측근
“룸 10개 매일 빌려 두고 술 접대
공무원·검사·청와대 직원이 대상”
이 회장은 지난 8월 엘시티의 자금 관리를 맡았던 박수근(53·구속 기소)씨가 체포되는 등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서울로 도피했다.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 10일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같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씨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이씨의 측근 A씨는 18일 “지난해 말부터 이 회장은 이씨가 운영하는 M유흥업소를 통째로 빌려 기업 관계자, 고위 공무원, 검찰 관계자는 물론 청와대 직원들까지 수시로 초청해 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강남에서 M업소 등 3~4개의 유흥업소를 관리·운영해 왔다고 한다. M업소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는 회원제 업소였다. 또 다른 이씨의 지인 B씨는 “이 회장은 서울에 있을 때면 자녀들이 거주하는 서울 한남동의 주택과 주점을 오가면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술 접대를 했다. M업소의 룸 13개 중 10개를 매일 빌려 두고 검찰 관계자 등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A씨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서울 로비에 주력했던 시기는 2015년 상반기였다. 이때는 엘시티 아파트 분양을 앞둔 시점이었다.
A씨는 “올해 초 M업소에 갔더니 이씨가 청와대분들이 오셔서 일반 손님과 마주치게 할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이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이씨의 업소에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말이다.
이 회장의 지인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1년 부산 다대·만덕 지구 택지전환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감옥생활을 한 뒤로는 주변에 “사업을 하려면 기업인과 정치인, 법조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정말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검찰”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고 한다.
검찰은 이 회장이 빼돌린 사업자금을 57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금액 중 일부가 계열사 운영비, 부동산 구입, 생활비 등에 사용됐다는 점 외에 로비에 사용된 증거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검찰이 이 회장과 이씨의 도피를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9월 이 회장을 수차례 만났다는 C씨는 “이 회장이 서울로 올라와 논현동 일대를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파다했고 실제로 야구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이 회장을 본 사람도 많은데 검찰이 3개월 이상 잡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C씨는 “도피가 시작된 지난 8월께 M업소 대표 이씨에게 10억원 가까운 돈을 맡겨 돈세탁을 시킨 걸로 알고 있다. 이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몇 차례 회전시킨 뒤 이 회장에게 돌려주고 일부를 자신의 도피자금조로 받았다”고 했다. 도피 방치 의혹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사실무근이고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정진우·윤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