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신비한 동물사전' 세트 탐방기 in 영국 리브스덴

중앙일보

입력 2016.11.04 11:23

업데이트 2016.11.21 16:54

해리와 뉴트가 있는 그곳으로 ‘덕력 충만’ 머글들을 초대합니다

소설부터 영화까지 올해로 20년째 ‘해리 포터’ 시리즈 ‘덕후’를 자처하는 기자에겐, 지난 1월 ‘이러려고 영화기자가 됐구나’ 싶은 사건이 있었다. 영국 런던 근교 리브스덴에 위치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일명 ‘해리 포터 스튜디오’라 불리는 이곳은, ‘해리 포터’ 시리즈 덕후인 머글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성지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2012년,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모든 것을 재현한 박물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후가 이곳에 꼭 가야 할 이유는 더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시나리오를 쓴 마법·판타지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역시 지난해 8월 17일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세트를 볼 수 있다는데, 영국의 악명 높은 겨울 추위가 대수일까. 지난 1월 ‘신비한 동물사전’ 세트장을 찾았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아침 8시경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는 볼드모트(‘해리 포터’ 시리즈의 악당)의 입김 같은 두꺼운 안개가 자욱했다. 표지에 동물 발톱 자국이 선명한 책을 들고 있었더니, 아르헨티나 기자가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신비한 동물사전』 한국판이야? 나도 가져올걸….” ‘신비한 동물사전’은 전 세계 마법 생물들을 찾아 나선 영국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의 모험담을 좇는 5부작 영화. 뉴트는 마법 생물 분야에 길이 남을 백과사전을 펴내는데, 그것이 훗날 ‘해리 포터’ 시리즈 속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공부하게 되는 교과서다. 이 교과서는 『퀴디치의역사』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등 극 중 다른 책들과 함께 머글 세계에도 단행본으로 출간돼 덕후들의 필독서가 된 바 있다. 해리가 남긴 낙서마저 고스란히 욀 만큼 말이다.

이날 세트장에 모인 취재진에게 주어진 미션은 ‘뉴트 따라 마법사 되어 보기’. 여기저기서 충만한 ‘덕력’이 감지됐다. 중국 기자 중 한 명은 ‘슬리데린(호그와트 마법학교 기숙사 네 곳 중 어둠의 마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함)’ 문장이 새겨진 초록색 줄무늬 목도리를 둘렀다. 핑크빛 헤어스타일이 발랄했던 이탈리아 유튜브 BJ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사악한 마녀 벨라트릭스(헬레나 본햄 카터)의 마법 지팡이를 가져왔다. 영국 현지 기자가 나타났을 때는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미모의 기자가 해리의 엉뚱한 친구 루나(이반나 린치)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나, (루나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그런 얘기 많이 들어.” 그가 ‘쿨’하게 웃어넘겼다.

[마법사 되기의 첫걸음, 마법 지팡이 고르기]

‘신비한 동물사전’ 1편의 주 무대는 1920년대 미국 뉴욕. 세트장에는 당시 맨해튼 거리가 재현돼 있었다. 극 중 ‘검은 존재’라 불리는 모종의 마법 존재에게 공격받은 이후여서일까. 로어이스트사이드 주택가 세트는 군데군데 그을린 흔적이 역력했다. ‘신비한 동물사전’ 속 이 거리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무역상과 이민자로 붐빈다. 시대 재현을 위해 촬영 현장에는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50여 명이 상주했으며, 제작진은 100년 전 실제로 사용한 의상과 장신구 7500여 점을 전 세계에서 공수해 왔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작품’도 있는데, 뉴트가 늘 입는 푸른 코트도 그중 하나다.

마법사 되기의 첫 관문은 마법 지팡이 고르기. 거리 모퉁이의 작고 허름한 카페 ‘바 옥타비아노’에 들어서자, 오래돼 보이는 지팡이가 한 다스쯤 놓여 있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촬영 당시 사용된 것들이다. “예쁘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막 집어 들지 말고 ‘끌림’을 느껴라.” 제작진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해리에게 서양호랑가시나무에 불사조 꼬리 깃털이 박힌 ‘운명의 지팡이’를 점지해 준 지팡이 장인 올리밴더(존 허트)의 조언이 절실했다. 결국 상처가 많이 난 짙은 소나무색 지팡이를 골랐다. 전 주인은 말썽 많은 모험가였을까? 독수리 문양이 그려진 ‘지팡이 허가 신청서’에 초록색 잉크로 사인했다. “미국 마법의회가 최종 승인하면 지팡이를 쓸 수 있게 된다”고 제작진이 귀띔했다. 그러나 마법 주문을 아무렇게나 외친다고 지팡이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으슥한 통조림 공장 세트로 향했다. 한눈에 봐도 삶의 의욕을 뚝 떨어뜨릴 만큼 분위기가 우중충한 공장이었다. 이곳은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뉴트의 모험담에 휘말리는, 마음씨 좋은 노마지 친구 제이콥의 일터.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마법 주문 동작을 가르쳤던 행동지도사가 취재진을 맞았다. 마법 지팡이 컨트롤 요령과 함께 몇 가지 주문을 배웠다. 일단 물건을 들어 옮기려면 “리파~로!”라 외쳐야 한다. 가장 애먹은 주문은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다. 상대방을 굳어지게 만드는 저주 주문으로 “돌이 돼라”쯤의 뜻이라는데,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았다. 라틴어에서 비롯된 주문이라 이탈리아 참석자들은 아주 멋진 발음으로 능숙하게 해냈다. “마법사들은 열한 살에 깨치는 간단한 주문”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야속했다. 결국 손바닥에 주문을 적어 곁눈질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뉴트 몰래 만져 본 신비한 ‘만물’ 가방]

극 중 뉴트는 맨해튼 거리 한복판에서 검은 존재에 맞선다. 그 하이라이트 액션신을 펼치는 곳이 미국 마법의회 본부 앞 고급 상점가다. 미국 마법의회 본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함께 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는 ‘오러(Auror)’들을 위한 아지트, 마법 지팡이 사용을 허가하는 사무실 등 각종 마법 관련 부서가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꽉 들어차 있다. 촬영 도중 배우들이 다치지 않도록, 일부 바닥은 푹신한 압축 스펀지와 나무 소재로 처리했다. 그때 거리 한구석의 낡은 신문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1926년도 ‘뉴욕 배너’ 신문이 가득했다.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를 슬쩍 보니 ‘날아다니는 쓰레기통 때문에 부모들이 공포에 질렸다’는 내용이 보인다. 미국 마법사들의 존재가 노마지에게 들통나기 일보 직전인 듯하다. 미국 마법의회 본부 로비에는 마법 세계가 노마지에게 노출될 경우 위험을 경고하는 시계가 걸려 있다.

지팡이 윤내기 기구

지팡이 윤내기 기구

이날 마지막 관문은 뉴트의 옷 가방 들어 보기. ‘로스트비프샌드위치가 단돈 30센트’라고 적힌 가게에 들어서자 온갖 잡동사니가 튀어나왔다. 집요정들이 종종 전신 샤워할 때 쓰는 지팡이 윤내기 기구 옆엔 뉴트 전용 지팡이와, 그의 험난한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가죽 가방이 놓여 있었다. 언뜻 평범한 옷가지가 들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전 세계 희귀 마법 생물뿐 아니라 미국 서부 사막부터 극한의 설원까지 그 서식지가 몽땅 수집된 가방이다. 그들을 먹이고 돌보기 위한 뉴트의 비밀 연구실도 들어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느냐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들고 다니던, 무엇이든 들어가는 핸드백의 특대형 버전이라 상상하면 된다. ‘신비한 동물사전’ 예고편을 보면 뉴트가 제이콥과 함께 가방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가방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버전, 걸쇠가 자동으로 철컥 잠기는 버전, 마법 생물이 튀어나오는 버전 등 다양한 촬영에 용이하게 여러 형태로 가방을 제작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에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마법 동물 중 하나인 ‘오캐미’ 알은 직접 모형을 들어 보았다. 은빛의 작은 점박이 알이었는데, ‘실제 은(銀) 재질이라 도둑 채집가들이 탐낼 정도’라고 원작 『신비한 동물사전』에 적혀 있다. 오캐미는 새 머리·날개에 뱀 몸통을 가진 동물로, 성체는 4.5m까지 자란다. 뉴트의 옷 가방에 다 자란 오캐미도 들어가느냐고? 그것은 11월 16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신비한 동물사전’은 2D와 3D, 아이맥스 등으로 볼 수 있다. 관람에 대한 팁을 주자면 뉴욕을 활보하는 마법 동물들은 덩치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만지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만큼 귀여움이 철철 넘친다. 기왕이면 입체 버전으로 볼 것을 권한다.

글=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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