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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한투 한화생명 등 7개 투자자, 우리은행 새 주인됐다

중앙일보

입력

동양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유진자산운용·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IMM PE(사모펀드). 지난한 과정을 거쳐 우리은행의 새 ‘주인들’이 된 민간 투자자드의 면면이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13일 공적자금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들 7개 투자자를 우리은행 지분 29.7%를 낙찰받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1998년 정부 소유의 은행이 된지 18년 만에 민영화 작업 1단계가 완료됐다. 하지만 정부가 여전히 21%의 지분을 쥐고 있는데다가 한 곳의 ‘주인’이 결정돼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어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7개사 중 IMM PE가 6%로 가장 많은 지분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7%의 가장 적은 지분을 낙찰받았다. 나머지 5개사는 각각 4%씩을 낙찰받았다. 매번 매각전은 일찌감치 성공이 점쳐졌다. 정부가 지분 일괄 매각을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했던 지난 네 차례 매각 작업을 거울 삼아 매각 방식을 ‘쪼개 팔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가 9월23일 예비입찰 성격의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모두 18개 투자자가 앞다퉈 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였는데, 당시 투자자들이 사겠다고 밝힌 지분의 총합은 총 82~119%에 이르렀다. 매각 대상 지분의 3~4배에 달하는 ‘사자’ 주문이 몰린 만큼 매각 성공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념비적인 일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의 마지막 유산이다. 우리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은행들이 무너지고 있을 때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합병은행은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고 대주주 지위를 넘겨주는 대신 생존의 끈을 이어갔다. 우리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건 금융지주사 체제로 변모한 2001년의 일이다. 그랬던 우리은행이 18년만에 민간 은행으로 재출범하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7개 주주들의 지분 29.7%를 한 묶음으로 간주하면 정부의 잔여지분 21%보다 많다. 향후 경영은 이들 과점주주들이 맡게 된다. 과점주주들은 각자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들이 모여 은행장을 선임한다. 정부에 따르면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5개사가 사외이사를 한 명씩 선임하기로 했다. 그 동안의 은행 사외이사들은 거칠게 말해 거수기나 들러리 이상의 역할을 하진 못했다. 최고 경영진과의 친분관계에 따라 사외이사로 선임돼 최고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은행 과점주주 체제는 거의 최초로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주도하는 실험적인 시스템이 될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진정한 승부는 단 한 곳의 진짜 주인을 가리는 작업이다. 정부는 내년 이후 나머지 지분을 7개 투자자 중 한 곳에 일괄 매각한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 금융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이미 인터넷 전용인 카카오뱅크에 참여 중인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 경영권을 거머쥘 경우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은행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동양생명을 앞세워 우리은행 지분 투자에 나선 동양생명 최대주주 안방보험도 주목된다. 중국 안방보험은 과거 우리은행 인수전 때 유력한 승자로 떠올랐다가 맞수였던 교보생명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유효경쟁이 불발돼 인수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과점주주 체제나 향후 일괄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관여가 없을지도 주목거리다. 정부는 향후 경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단일주주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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