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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한국의 시국 파헤친 다큐 나온다면 전 세계가 주목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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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전문 온라인 플랫폼 ‘야도’ 론칭한 영국 다큐 프로듀서 닉 프레이저

영국 BBC의 유서 깊은 다큐 프로그램 ‘스토리빌’ 커미셔닝 에디터(편성 책임자)로, 미국·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에미상을 비롯한 전 세계 영화상을 휩쓴 닉 프레이저(68). 지난 9월 BBC를 떠난 그는 최근 오직 다큐만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야도(www.yaddo.com)’를 론칭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인천다큐포트에 참여한 그는 “다국적 협업을 함께할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 방한했다.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서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로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기사를 접했는데 매우 이상했다. 이 사건을 다큐로 만들어진다면 누구든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어제 한국 다큐 피칭에 나온 최하동하 감독의 ‘기술자들’도 흥미로웠다. 대선 투표 결과를 컴퓨터로 조작했을지도 모른다니, 진짜라면 얼마나 경악할 일인가. 진실은 얻기 힘들지만, 일단 찾아 나서는 게 중요하다.”

-‘야도’로 ‘다큐계 넷플릭스’를 꿈꾼다고.
“BBC에서 일하며, ‘훌륭한 다큐는 많은데 편성 기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다큐도 온라인 관람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구독자가 최소 5만 명만 유지돼도 2년 반 안에 손익분기점은 넘기리라 본다. 장·단편을 합쳐 연간 100편 이상의 다큐 프로젝트를 (공동)제작·(선)구매·커미셔닝할 자금력이 있다.”

-한국 다큐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롭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도 한국 감독이 그린 한국의 이야기는 세계 무대에서 많이 보지 못했다. 마민지 감독이 자신의 가족사로 만드는 ‘버블 패밀리’ 같은 다큐라면, 지역색이 강한 이야기지만 해외 어디서든 공감을 얻을 법하다. 경기 침체로 붕괴된 가족은 홍콩에도, 호주·남미 등에도 있으니까.”

-국제적 협업을 위해 조언한다면.
“사람들은 다른 사회, 타인들의 진짜 삶이 궁금해 다큐를 본다. 설령 그것이 불완전하거나 아름답지 않더라도 말이다. 일단 최대한 많은 다큐를 보고, 좋은 논픽션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일간지에 나열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을 간파해야 한다. 국제적 프로젝트일수록 주제와 시선은 단순해야 한다. 훌륭한 다큐들은 제목만 봐도 ‘와, 알고 싶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니까. 그리고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껏 수백 편의 다큐를 작업해 왔다. ‘내 인생의 다큐’를 꼽는다면.
“제작자로 참여한 ‘맨 온 와이어’(2008, 제임스 마시 감독)를 오늘에서야 봤다. 솔직히 그렇게 좋은 영화가 아니라 생각해서 미루고 미루다 봤는데,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더라. 미국 뉴욕 쌍둥이 빌딩 사이를 줄타기로 건너는 미치광이 남자라니! 그 아이디어가 새삼 기발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야도’를 론칭한 지 이제 2주일째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 이런 보람을 함께 만들어 갈 분은 언제든 연락 주시라.”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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