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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단골의사와 소송한 기업인 “검·경·국세청·세관까지 조사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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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순실(60·구속)씨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원과 특허 분쟁을 벌이던 중소업체가 사정기관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의원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섰다는 의혹에 이어 사인 간의 법적 분쟁에 검찰과 경찰·국세청 등 국가기관 네 곳이 무더기로 동원됐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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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피부시술을 하러 자주 다닌 ‘김영재 성형외과’의 김영재(56) 원장과 특허 분쟁을 벌이던 의료기기 제조·판매 업체 이동수(51) 대표는 9일 "김씨 측과 법적 분쟁이 시작된 이후 이 작은 회사를 국가기관 네 군데가 조사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전문의가 아닌데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되고, 자신이 설립한 화장품 회사 제품이 청와대의 설 선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영재 원장과 3년째 특허 분쟁
리프팅실 제조업체 대표 증언
수 차례 압수수색·소환조사 받아
최순실 사태 이후 재판 무기한 중지

이동수 대표에 따르면 그가 김씨와 법적 분쟁에 휘말린 건 2014년이다. 김씨와 김씨의 처남 회사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이 대표가 제작하는 리프팅실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청에 심판을 제기했다. 그러자 그해 3월 서울세관 특수조사팀이 서울 성수동에 있는 이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서울세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특허법 위반을 조사하려면 특허청이 오거나 민사소송을 해야지 왜 세관에서 압수수색을 하느냐고 따졌더니 ‘특허법 위반 혐의가 있는 물품을 수출할 경우 세관이 조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씨가 납품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한 업체의 대표가 피의자였고, 이씨는 참고인이었다고 한다. 2015년 9월에는 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조사에 나섰다. 2014년과 같은 특허법 위반 혐의였다. 이씨는 "특허청 심판에서 이미 우리가 승소했고, 검찰에서 조사도 받았는데 같은 혐의로 또 조사를 받는다는 게 황당했다”고 기억했다. 한 달 뒤인 10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이 “탈세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이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경찰 조사를 거쳐 이씨는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내가 특허법 위반으로 다른 업체를 고발하면 세관, 국세청, 검찰 첨단수사부, 경찰에서 상대방을 압수수색하고 조사하겠느냐”며 "너무 답답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는데 ‘착실하게 조사를 받으라’는 답변만 돌아와 뒤에 큰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재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씨를 고발한 김씨의 처남 박모(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씨가 지난 10월 27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예고 없이 불참했다. 이씨는 “공판검사가 갑자기 와서 증인에게 사정이 생겼다고 하며 재판 무기한 중지를 요청했다”며 “최순실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 뒤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김씨의 부인이 평소 유명인들이 의원 단골이라는 자랑을 자주 했고 기업인들이나 최씨 이름을 들먹여 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부인 박모(47)씨는 김씨 의원의 실장으로 일했다. 김씨는 현재 의원 문을 닫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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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화장품 브랜드인 ‘제이프라스’가 지난 5월과 7월 각각 신세계·신라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도 뒷배경을 의심케 한다. 면세점 관계자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먼저 입점을 요청해 왔고 상품기획자(MD)에게 대통령이 관심이 많은 브랜드라고 어필했다”고 덧붙였다.

성화선·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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