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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은 2선 후퇴 밝히고 야당은 대화에 응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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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0면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요청을 걷어찼다. 대신 이번 주말 촛불집회엔 당 차원에서 참여키로 했다. 물론 최근의 국정 붕괴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내치든 외치든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거국 중립의 비상내각이 사태를 수습하라는 게 촛불을 든 민심의 요구다. 하지만 우왕좌왕 허둥댈 뿐 어찌할 바 모르는 청와대는 이젠 ‘헌법에 있는 만큼의 권한을 총리에게 주겠다’고 어정쩡한 입장이다.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시점에 분초를 다퉈야 하는 최우선 과제는 붕괴된 국가 리더십을 복원하는 일이다. 안 그래도 경제와 안보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대한민국이다. 이젠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쳤다. 나라는 망망대해의 외로운 배 신세인데 키를 쥔 대통령은 식물 상태이며 친박 세력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국가 위기 관리는 여소야대 국회에 달렸다. 유권자가 야당을 제 1당으로 선택한 건 현 집권 세력으론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우니 야당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명령이었다. 어느 때보다 야당이 더 큰 책임과 역량을 보여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인상을 주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큰 문제다. 국정 2선 후퇴를 하루빨리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야권은 대통령이 제의한 영수회담에 일단 응한 뒤 직접 진의를 캐물어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2선 후퇴를 거부한다면 그때 가서 강하게 압박하면 된다. 대통령에겐 검찰과 특검 수사가 예정돼 있다. 결과가 나오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때까진 흔들리는 대한민국호의 키를 누군가는 임시로라도 쥐어야 한다. 야당마저 대화를 거부하고 팔짱을 낀다면 국가 위기는 도대체 누가 수습하겠는가.

  대통령은 때를 놓치기 전에 권력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려야 하고, 야당은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해 수습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내기에는 안팎의 상황이 너무도 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