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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개입’ 실상 드러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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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 농단에 개입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원하라고 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대기업 임원들을 잇달아 소환해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한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과 독대했던 총수들은 전원 조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보면 문건 유출부터 재단 모금까지 대통령의 사전 인지 혹은 지시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박 대통령과 자신들의 관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던 수석·비서관 등이 입을 열고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통령 개입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문건 유출과 재단 설립에 자신이 관련돼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같은 달 25일 대국민사과)고 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국기 문란과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었음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씨, 청와대 비서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 모두가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큰 충격과 허탈감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