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미국발 쇼크 “당장은 안전자산, 길게 보면 주식”

중앙일보

입력 2016.11.10 01:00

업데이트 2016.11.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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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금융시장 전망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비치된 TV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이날 독일 DAX지수는 트럼프 당선의 충격으로 2.86% 폭락하면서 장을 시작했다. [로이터=뉴스1]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비치된 TV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이날 독일 DAX지수는 트럼프 당선의 충격으로 2.86% 폭락하면서 장을 시작했다. [로이터=뉴스1]

“손톱만큼도 예상 못했다.”

공약으로 보면 트럼프는 친기업·친시장주의자
코스피 1900 깨진다는 예상 있지만 반등에 무게
원화 가치 하락 기조…달러당 1200원 갈 수도

트럼프 쇼크가 몰아친 9일 한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패닉’이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국내 총선, 브렉시트, 미 대선 등 여론조사 결과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며 “예상 못한 결과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시장의 향방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자신하지 못한다.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브렉시트보다도 훨씬 더 큰 충격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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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권 교체에 따라 미국의 정책 방향이 보호무역 강화, 오바마케어 폐지 등으로 바뀌는 게 한국 금융시장 리스크의 출발점이다. 정책 기조의 변화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의미한다.

일단 미국 증시의 흐름부터 예측해봐야 한다. 공약만 놓고 보면 트럼프는 친시장, 친기업주의자다.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실행이 어려운 공약을 많이 던졌지만 무조건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의 공화당 내 약한 입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수준에서 ‘공화당스러운’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정책이 유사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집권기(2001~2008년)와 비슷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부양책에 따라 미국의 성장률과 물가가 상승하고, 주택가격과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대외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국내 증시의 업종별 득실 여부는 트럼프의 공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당장 수출 관련주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자동차(부품 포함)와 철강, 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압력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미국 현지법인장은 “트럼프가 자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에 현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석유·셰일가스 등 전통 에너지의 부활을 강조해서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 가능성도 커지면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의 중간재 관련주도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방산주는 득을 볼 전망이다. 한화테크윈·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오바마케어로 약가 인하 우려가 있었던 제약주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개별 종목·업종 투자가 두렵다면 배당주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아두는 전략도 괜찮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시기별로 예상이 엇갈린다. 당분간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수요가 유지될 전망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호무역 및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 등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과 상관없이 미국은 이미 물가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 금리인상 압력이 강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내년 미국의 성장률과 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와는 시차가 있을 전망이다. 김기현 키움자산운용 채권본부장은 “큰 흐름은 금리 인상이지만 그러기엔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며 “당분간 외부 변수와 국내의 금리 인하 압력이 혼재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최근 들어 채권 비중을 크게 늘린 국내 투자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매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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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도 관심사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4.5원 하락한 1149.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가치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의 충격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 경색 가능성 때문에 외국인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가치가 1200원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럽 은행 부실 문제,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다른 대외 리스크와 결합돼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역시 회의 후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과도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원석·김경진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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