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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지지했던 미국 주류 언론 참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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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뿐 아니라 미국 주류 언론의 참패였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일찌감치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다.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의 언행을 공격하면서 클린턴의 잘못은 비교적 작게 다뤘다. 킴벌리 스트라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16일 "언론들이 트럼프의 성추문을 집중 보도하면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클린턴의 e메일들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언론의 보도 행태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이 유착됐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트럼프가 "편향된 언론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며 맞서자 많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했다. 지난 3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2%가 "언론이 클린턴에 편향돼 있다"고 응답했다. 언론이 트럼프 쪽으로 편향돼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8%에 불과했다.

언론은 여론 동향 파악에도 완전히 실패했다. 플로리다·위스콘신·미시간 등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앞섰던 지역 대부분을 트럼프가 싹쓸이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견이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과소평가됐다. 트럼프라는 이례적인 후보에 맞닥뜨린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승리 후 주요 언론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폴 그루그먼은 8일 NYT 칼럼에서 "우리는 미국이 과거보다 열려 있고 관용적인 나라,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며 "이제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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