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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여의도 떠도는 국민연금 괴담…기금운용 구조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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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란 경제부 기자

고란
경제부 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국민연금에도 번졌다. 괴담이 여의도를 떠돈다. 줄기는 세 가지다.

“안종범 개입, 중소형주 매도…”
운영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
5000만 노후 책임지는 조직
공사로 만드는 방안 검토해야

첫째,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선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강 본부장은 안 전 수석의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1년 후배다. 강 본부장은 “고등학교·대학교 1년 선배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느냐. 그렇지만 사회 나와서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딱 한 번 봤다면 그 분이 국회의원(19대) 되고 나서 동문 축하연 자리에서 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중소형주를 의도적으로 죽였다는 가설이다. 한 운용사 대표로 재직했던 강 본부장은 당시 펀드 수익률이 꼴찌로 쳐지면서 물러났다. 이후 운용사 후임자가 성과를 1등으로 끌어올리자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강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에 입성한 뒤 원한을 풀려고 후임자가 많이 들고 있는 중소형주를 팔도록 조정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국민연금은 6월 말 위탁 운용사에 벤치마크 복제율을 일정 수준 올리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간에는 재량껏 펀드를 굴렸지만, 앞으로는 벤치마크에 포함된 종목을 일정 수준 이상 편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벤치마크에 포함된 대형주를 사들이기 위해 운용사들이 중소형주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중소형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강 본부장은 “운용사들이 성과 개선을 위해 너도나도 중소형주를 편입하다 보니 ‘쏠림’ 현상이 있었다”며 “그걸 고쳐달라고 3월부터 얘기했지만 변하지 않아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때문에 망가졌다는 그 운용사 펀드는 내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7월부터 환매가 들어오면서 수익률이 꺾였다”며 “지난 6월엔 그 회사 주식운용본부장을 불러 우리(국민연금)가 보유 종목을 팔았는지 확인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셋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사줬다는 주장이다. 강 본부장은 “이번 정권 출범 후 최근까지 재단에 돈을 낸 53개 기업 가운데 43개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는 46% 늘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전체 국내 주식 투자규모는 같은 기간 56%나 늘었다”고 답했다.

모든 의혹에 대한 국민연금 측의 해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해”다.

낙하산 논란은 본부장 인선 때마다 등장했다. 전임 홍완선 본부장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기동창이다. 국민연금 탓에 중소형주가 급락했다는 가설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책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원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기업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과다하게 사줬다는 의혹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우호적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에 불거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논란은 기금운용본부가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공기업 수장에 낙하산 인사가 꽂히는 일이야 다반사지만, 5000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 수장은 낙하산 논란이 없게끔 철저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아야 한다. 기금 운용에 외부 입김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부 입김이 들어가니 시장에서 괴담과 의혹이 퍼지는 게 아닌가. 때문에 이번 기회에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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