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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영업직 밤엔 DJ…스트레스 탈출, 디제잉만 한 게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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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규일 대표는 “디제잉은 서로 다른 음악을 자연스럽게 섞는 예술행위”라고 설명한다. [사진 박종근 기자]

장규일 대표는 “디제잉은 서로 다른 음악을 자연스럽게 섞는 예술행위”라고 설명한다. [사진 박종근 기자]

평일 오후 9시 서울 이태원의 한 지하 클럽.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30대 남성이 헤드셋을 끼고 DJ스테이지 위에서 음악을 틀고 있다. 믹서(Mixer)를 만지는 그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나 비트에 몸을 맡겼다.

장규일 ‘퇴근 후 디제잉’ 대표
디제잉 매력에 빠져 커뮤니티 개설
30~40대 직장인 1800명과 매주 모임

“디제잉은 서로 다른 음악을 자연스럽게 섞는 예술행위예요. 관객을 신나게 하는 건 DJ의 역량에 달려 있죠.” 장규일(33)씨가 30분 동안의 디제잉을 마친 뒤 다음 DJ에게 무대를 넘기며 말했다.

그는 낮에는 기계를 파는 3년차 영업사원이지만, 퇴근 후에는 ‘DJ Point01’로 불린다. 또, 국내 최초의 직장인 디제잉 커뮤니티인 ‘퇴근 후 디제잉’의 대표이기도 하다. “직장인 아마추어 DJ들이 퇴근 후 디제잉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죠. 오늘 모인 분들도 전부 30~40대 직장인들이에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장씨가 디제잉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다 보니 어딘가에서 나를 분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디제잉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디제잉의 매력에 빠져 한때 회사를 그만두고 디제잉 학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때 만난 직장인들 때문에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프로그래머는 늘 야근에, 집에선 애 보느라 힘들어 죽을 거 같았는데 디제잉을 배운 뒤론 오후 4시만 되면 저녁에 음악 틀러 갈 생각에 설렌다고 하더라고요.”

장씨는 지난해 초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디제잉에 관심 있는 직장인을 모으기 시작했다. 프로 DJ를 섭외해 초보자들이 만든 믹스셋(여러 음악을 하나의 곡으로 섞는 것)을 평가해주면서 회원 수는 1800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클럽에서 모임을 갖는다. “대부분의 클럽은 월~수요일이 비교적 한가해요. 이 시간을 아마추어 DJ들의 무대로 제공해 달라고 사장님들을 설득했죠.” 그는 초보자를 위한 디제잉 가이드북 『오늘부터 디제잉』(청림 라이프)도 최근 출간했다.

장씨는 디제잉이 어렵고 독특한 취미라는 인식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했다. “디제잉은 글쓰기와 비슷해요. 여러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췌하듯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조합해 새 작품을 만드는 거죠. 그런 점에서 10~20대보다 음악을 많이 들어온 30~40대가 오히려 디제잉을 쉽게 배워요.” 그는 “한 40대 대기업 임원은 1년간 연습한 뒤 회사 워크숍에서 깜짝 디제잉 쇼를 펼치기도 했다”며 “스트레스 푸는 법을 잘 모르는 직장인들에게 디제잉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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