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크라우드펀딩으로 취득한 주식 쉽게 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 7월 말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누적 관객 수는 705만 명. 영화의 흥행으로 웃음 지은 건 제작사만이 아니었다. IBK투자증권을 통해 이 영화 제작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참여한 개미투자자 314명도 활짝 웃었다. 영화 관객수가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을 훌쩍 넘으면서 25.6%에 달하는 투자수익률(세전)을 올렸기 때문이다. 평균 투자금액(185만원)을 감안하면 1인당 47만원 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 7월 말 현장간담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후보자)이 “인천상륙작전 등 문화콘텐트 분야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새로운 투자모델”이라고 말한 성공사례다.

금융위, 펀딩 성공률 높이기 대책
1년간 보유 규제없애 매각 허용
SNS·멀티미디어 광고도 허용

창업·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 같은 성공사례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기업은 총 193곳이었지만, 이 중 89곳만이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1%에 그쳤다. 기업이 제시한 목표금액의 80% 이상을 채우면 성공으로 보고 증권을 발행하는데, 절반 이상의 기업은 실패했단 뜻이다. 월별 펀딩 성공률은 7월에 61.5%였지만 지난달엔 36%로 떨어졌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크라우드펀딩의 인지도가 낮고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광고 홍보에 제한도 많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기사 이미지

6일 금융위가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크라우드펀딩발전방안을 내놨다. 주춤한 크라우드펀딩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업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해온 광고 규제는 앞으로 대폭 완화된다. 그동안 일반투자자는 개별 중개업자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야만 펀딩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포털, 멀티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크라우드펀딩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소개·광고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투자한도도 일부 늘어난다. 한 기업에 1000만원(연간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소득적격투자자(연소득 1억원 초과) 범위에 금융전문자격증을 가진 금융투자회사 직원도 추가한다.

투자금액의 제한이 없는 적격엔젤투자자의 문턱도 낮춘다(2년간 1건 1억원 투자→5000만원 투자). 하지만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는 기존과 같은 동일 기업 200만원,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일반투자자의 투자금은 평균 142만원 수준”이라며 “투자한도가 늘면 일부 투자자가 투자금액 대부분을 내게 돼 ‘십시일반’이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를 어렵게 하던 제한 조건도 상당 부분 폐지된다. 그동안 크라우드펀딩으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일반투자자는 1년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전매 제한에 걸려있었다. 또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이를 팔기도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기업은 한국거래소가 이달 중 여는 ‘스타트업 전용 거래시장(KSM)’에 별도 조건 없이 등록할 수 있다. KSM에서 거래되는 펀딩 기업의 주식엔 전매 제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소액투자자가 쉽고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린다.

크라우드펀딩 성공 규모가 일정선 이상(3억원 이상, 50인 참여)인 기업엔 코넥스 시장에 특례상장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KSM에 등록된 기업엔 이 기준을 1억5000만원으로 더 낮춰준다(정책금융기관 추천 시 7500만원). 이를 통해 ‘크라우드펀딩→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사다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각종 규제를 풀어준 대신 중개업자의 책임은 강화된다. 중개업자가 등록할 땐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투자손실의 위험성을 담은 유의사항을 홈페이지에 반드시 게재토록 했다. 중개업자가 펀딩 성공의 대가로 수수료 대신 기업 지분을 받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