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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면 다 되는 AI 스마트 세상, 갤S8이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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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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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을 어디서 먹기로 했더라. 뭘 타고 가지. 차는 안 막히나….’ 이런 질문이 떠오르면 당신은 스마트폰을 집어들 것이다. 수첩 애플리케이션(앱)을 띄워 저녁 약속을 체크하고, 교통정보 앱으로 교통 상황을 살핀 뒤, 콜택시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른다. 만약 비서가 있다면 이렇게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려 앱과 앱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다. “저녁 약속 체크해서 택시 좀 불러줘”라고 한마디만 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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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삼성전자 사옥에서 간담회를 연 비브랩스 아담 체이어 부사장과 다그 키틀로스 최고경영자,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왼쪽부터). [사진 삼성전자]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열릴 세상이다. 비서처럼 말만 하면 다 해준다고 해서 AI 비서 서비스라고도, 똑똑한 조력자라는 뜻에서 IA(Intelligent Assistant) 서비스라고도 한다. 삼성전자는 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AI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장 내년 초 출시될 스마트폰 갤럭시S8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를 탑재하고, 내년 하반기엔 비브랩스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참여한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첩앱+교통앱+택시앱 하던 일
“약속 체크해 택시 불러줘”로 끝
AI 오픈 플랫폼 IoT 시대 본격화

정보기술(IT) 업계가 삼성전자의 AI 서비스에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다양한 기기가 AI 서비스로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비브랩스 경영진도 삼성전자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삼성만큼 많은 스마트 기기를 보유한 회사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기기를 모두 연결하는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며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가전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가 AI 플랫폼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본격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2~3년간 음성 인식 기술에 집중 투자해 왔다. 갤럭시S8에 탑재될 AI 시스템은 자연어를 보통 사람이 알아듣는 정도로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비슷한 소리를 스스로 분류하고 이를 학습하게끔 한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 덕분이다. 조금 어눌하거나 사투리 억양이 섞인 말도 AI가 웬만큼 알아듣게 되면서 목소리로 모든 기기를 움직이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게 비브랩스 경영진의 설명이다. 아담 체이어 부사장은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언어 뿐 아니라 맥락을 알아듣는 수준까지 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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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비브랩스가 내놓는 AI 서비스가 다른 AI 서비스와 다른 점은 ‘오픈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에코’가 자체 시스템 안에서 사용자의 지시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외부의 다양한 서비스를 자체 음성 인식 기술로 연결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풀어 얘기하자면, 쇼핑 앱과 음식 배달 앱, 콜택시 앱 운영자는 따로 음성 인식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 없이 삼성전자의 AI 서비스에 자신의 서비스를 올려만 놓으면 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대고 “내일 생일 파티엔 7명이 올 텐데 어떻게 준비할까”라고 얘기한다고 치자. AI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음식과 장식 용품을 추천하고 사용자가 “이게 좋겠다”라고 결정하면 음식 배달앱과 쇼핑 앱을 통해 주문이 완료되는 식이다.

이같은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 오픈 플랫폼이 공개된 뒤부터 경험할 수 있다. 청사진과 같이 궁극적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지는 서비스 제공자가 얼마나 많이 참여할 지에 달려 있다는 게 IT 업계의 전망이다. 신진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IoT 시대는 모든 스마트 기기가 궁극적으로 텍스트 기반이 아닌 음성 명령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음성 인식 시장에서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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