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만명 추모 속에…백남기 농민 사망 41일 만에 장례 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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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지난 9월 25일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의 장례가 치러졌다. 고인이 사망한 지 41일만이다.

장례식은 5일 오전 8시 발인을 시작으로 천주교식으로 이뤄졌고 오후에는 민주사회장(葬)도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치른 백씨의 시신은 장례미사가 열리는 명동성당으로 옮겨졌다.

장례미사는 오전 9시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강론으로 진행됐다. 유족, 시민단체 관계자, 문재인ㆍ이종걸ㆍ표창원ㆍ심상정 의원 등 정치권 인사에 일반 시민들까지 100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남기 농민이나 유족에게 죄송스러운 심경”이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백씨의 관은 명동성당에서 종로구청 사거리로 향했다.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장소다.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 문구가 적힌 만장 80여개와 200여명의 시민이 운구 행렬을 뒤따랐다. 백씨가 쓰러진 곳에 국화와 장미가 뿌려졌고 소리꾼 정유숙씨와 춤꾼 이삼헌씨의 추모공연 등이 이어졌다.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는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1만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고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ㆍ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ㆍ심상정 정의당 대표ㆍ박원순 서울시장ㆍ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추도사에서 “헌정질서를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무도한 집권세력은 오히려 국가 폭력을 비호하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능욕했다”면서 “엄중하고 비상한 시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다행히 온 국민의 노력으로 부검영장 집행을 막아내고 이제 고인을 영면의 길로 떠나보내게 됐다”며 “특검으로 백남기 선생의 사인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경찰이 백씨에게 쏜 물대포를 ‘살인적 물줄기’라고 부르며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다. 이것은 국가의 이름으로,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인의 딸 백도라지씨는 ”우리 가족과 투쟁본부는 책임자들이 처벌받고 재발방지책이 포함된 적절한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싸울 것. 내년 기일에는 승리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백남기씨의 시신은 6일 고인의 고향인 전남 보성과 광주에서 노제를 거쳐 광주 망월동 5ㆍ18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