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문제로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 5% 나온 날 2차 대국민 사과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나 2선 후퇴 언급은 없어
야당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 국정서 손 떼야”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최순실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대국민 사과 이후 열흘 만에 또다시 고개를 숙인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 역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도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야당 요구(특검)까지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도 했다. 담화 말미에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회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추가 사과 이후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기여론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5%로 하락했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갤럽 조사)보다 낮은 수치였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출구전략의 모색에 나섰지만 야당이 요구해 온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문제와 대통령 2선 후퇴 요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 담화 뒤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이라며 “권력유지용 일방적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5일에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 도심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선 김 후보자 지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표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