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잘못 제 책임…특검수사도 받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6.11.05 01:49

업데이트 2016.11.05 02:10

지면보기

종합 01면

기사 이미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5일에 이어 열흘 만에 또다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머리를 숙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문제로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 5% 나온 날 2차 대국민 사과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나 2선 후퇴 언급은 없어
야당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 국정서 손 떼야”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최순실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대국민 사과 이후 열흘 만에 또다시 고개를 숙인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 역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도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야당 요구(특검)까지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도 했다. 담화 말미에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회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추가 사과 이후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기여론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5%로 하락했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갤럽 조사)보다 낮은 수치였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출구전략의 모색에 나섰지만 야당이 요구해 온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문제와 대통령 2선 후퇴 요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 담화 뒤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이라며 “권력유지용 일방적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이런 와중에 5일에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 도심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선 김 후보자 지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표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