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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투표율 높은 고령자 겨냥 일본 정계…위협 받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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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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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민주주의
(シルバ-民主主義)

야시로 나오히로 지음
주코신쇼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올 5월 현재 3439만7000명으로 전체의 27.1%다. 고령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인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1947~49년 제 1차 베이비 붐 세대(단카이 세대)가 속한 65~69세가 1000만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33%나 된다. 고령자의 지속적 증가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의 대두다. 65세 이상의 투표율이 20~30대보다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은 수치 이상이다. 고령자는 과거 소수였던 시기 보호 대상 차원에서 만들어진 사회보장의 우대 정책을 지키려 한다. 정치권은 재정 문제가 있지만 눈앞의 표 때문에 이들에 영합하기 일쑤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1130만 명의 저연금 고령자에게 일률적으로 3만 엔(약 32만원)을 지급한 것은 실버 민주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고령자를 포함해 사회의 여러 이해단체가 가진 힘을 활용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정치인이 압도적 힘을 가진 집단에 아부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원칙은 무너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일본의 실버 민주주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사회보장과 기업 고용 관행에서 젊은층보다 고령자를 우선한다. 그러다보니 세대간 격차가 크다. 둘째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한 사회보장을 중시하지만 적자 국채 발행으로 다음 세대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노후 생활에 큰 리스크를 갖게 되는 것은 고령자 자신이다. 셋째는 과거 일본의 성공담에 사로잡혀 새로운 변화에 발맞추는 제도·관행 개혁에 소극적이다. 저자는 민주주주의 본모습을 찾기 위해선 현행 연금 지급 연령(65세)의 상향 조정 등을 통한 다음 세대의 부담 경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전후 일본의 발전을 지탱해온 단카이 세대가 자손들의 이익을 존중하는 양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베스트셀러 (2016년 10월23일~10월29일, 정치·사회 분야)

① 재무성과 대신문이 숨기는 진짜는 세계 1위의 일본경제(財務省と大新聞が隱す本當は世界一の日本經濟) 조넨 쓰카사 지음, 고단샤=33개의 질의응답을 통 해 풀어보는 일본의 실력.

② 겨우 ‘일본의 세기’가 찾아왔다(ようやく『日本の世紀』がやってきた) 구사카 기민도 외 2명 지음, WAC문고=혼미를 더해가는 세계 정세를 둘러싼 대담집.

③ 반민주주의론(反民主主義論) 사에키 게이시 지음, 신초샤=전후 70년에 분출한 일본의 헌법 논쟁과 안보법제, 세계의 무차별 테러와 트럼프 현상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조명.

④ 문제는 영국이 아닌 EU다(問題は英國ではない、EUなのだ) 에마뉴엘 토드 지음, 문예춘추=프랑스 역사인류학자가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과 트럼프 현상을 영미가 발상지인 글로벌화의 종언과 국가로의 회귀 관점에서 분석.

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핫토리 류지 지음, 고단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 일대기의 하나. <자료=야에스 북센터(e북 포함)>

도쿄=오영환 기자 oh.yo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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