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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족 내보낸 박 대통령, 믿는 건 김기춘·이정현·최경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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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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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오른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다가서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대통령께서도 청와대에 손발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실수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겠는가.”

참모 기능 실종, 누가 조언하나
이 “야당과 개각 상의 안 한 건
비서진들의 공백이 낳은 실수”
최 “고민 있을 때 가끔씩 통화”
김, 본인 부인에도 총지휘 지목
정진석도 독대 때 김병준 추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서 한 말이다. 그는 야당과의 협의가 없었던 점을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재원 전 정무수석, 이른바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 한꺼번에 사퇴한 상황에서의 공백이 낳은 실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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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내 참모 기능의 실종 상황에서 과연 누구와 함께 최악의 위기 국면에 대응하고 있을까. 여권 인사들 사이엔 새누리당의 투톱인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 1년5개월간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까지 다섯 사람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린다. 이들에게 최근 국면에서 박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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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左), 이정현(右)

이 대표의 경우 최근 박 대통령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겐 “인사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는 말 못한다”며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이 밟고 있는 스텝을 꿰뚫고 있다. 김병준 후보자 지명 발표 이전부터 이 대표 주변에선 “야당은 결국 거국내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만 제대로 뽑으면 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김 후보자 지명 발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1번 김종인, 2번 손학규, 3번 김병준 외에도 4~6번 후보가 있었다. 야당 대선주자인 1~2번을 빼면 가장 적임자는 김병준이었다” “거국내각의 정신을 살린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의 등용은 이 대표의 ‘탕평 건의’가 통한 것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고민이 되실 때나 사람에 대해 궁금하실 때 가끔 통화는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난 대통령의 여러 채널 중의 하나일 뿐 국면을 내가 주도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김병준 후보자 내정 발표는 당일 아침 출근길에 차 속에서 뉴스 채널을 보고야 알았다”고 말했다.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기춘 전 실장을 청와대의 대응을 총지휘하는 인물로 지목한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난 야인(野人)이다. 지난 주말 새누리당 원로들과 청와대에 갔을 때 대화를 나눈 걸 빼곤 대통령과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비서실장까지 지냈으니 적어도 법적 자문에 응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전 실장은 “나 말고도 청와대 내에 법률 전문가가 많지 않으냐. 나까지 나설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그의 반응을 두고는 “대통령과 전화 한 통화도 안 한다는 말이 더 이상하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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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개헌에 찬성하는 인사를 후임 총리로 기용하는 게 좋겠다”며 분권형 개헌론자인 김병준 후보자를 천거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자 지명소식은 발표 당일(2일) 오전 9시에야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전 실장은 “대통령과 전화를 한 적도 없고, 이번 국면에서 나선 일이 전혀 없다”며 “아이 해브 노 아이디어(난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글=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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