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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디?] 영화 ‘럭키’ 킬러에서 무명배우로, 운명 바뀐 그 목욕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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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어디?  ⑧ 영화 ‘럭키’의 대중목욕탕

영화 ‘럭키’에 등장한 두 대중목욕탕 중 청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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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없이 타인과 맨몸으로 섞이는 공간. 대중목욕탕은 영화 · TV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대중매체에서 대중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데가 아니라 마음의 때를 벗는 장소이자 화해의 공간으로 그려져 왔다. 지난달 13일 개봉해 관객 580만 명(2일 기준)을 넘기며 가을 극장가를 휩쓴 영화 ‘럭키’에도 대중목욕탕이 등장한다. ‘럭키’는 목욕탕 사물함 열쇠가 뒤바뀌면서 운명도 바뀐 킬러와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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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에 등장한 두 대중목욕탕 중 형제목욕탕.

제작진은 목욕탕 섭외에 퍽 공을 들였단다. 허름한 동네 목욕탕을 찾아다닌 끝에 찾아낸 곳이 인천 십정종합시장 앞의 청화탕(032-431-2946)이다. 1983년 문을 연 이래 크게 고친 데가 없어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청화탕 구조는 단순하다. 온도와 테마에 따라 여러 탕을 설치한 요즘 목욕탕과 달리 온탕 2개와 냉탕 1개가 전부다. 바가지로 물을 퍼서 쓰는 옛날식 바가지탕도 있다. 사물함 열쇠도 쇠를 네모 납작하게 만든 구식이다. 남탕 사물함 6번과 9번 열쇠가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운명을 바꾼 그 열쇠다.

청화탕은 없는 것 투성이다. 찜질방도 없고 이발사 · 구두닦이 · 세신사도 없다. 세신사가 없으니 등을 밀려면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등을 맡길 수밖에 없다. 덕분에 청화탕에서는 서로 등을 밀어주는 정겨운 순간이 자주 연출된단다.

“목욕문화가 바뀌면서 손님이 줄긴 했지만 아직은 괜찮아요. 부자가 서로 등을 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흐뭇해집니다.”

2대째 청화탕을 운영하는 복진갑(58) 사장의 말이다. 목욕비는 어른 · 아이 모두 6000원. 오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사실 영화 속 목욕탕은 두 곳이었다. 목욕탕 내부는 청화탕에서 찍었지만, 외관은 서울 독산동 형제목욕탕이다. 형제목욕탕은 최근 문을 닫고 봉제공장으로 바뀌어 지금은 간판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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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원삼탕.

이참에 대중매체에 소개된 명물 목욕탕 두 곳을 더 소개한다. ‘무한도전’과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서울 용산 원삼탕(02-717-7574)과 ‘해피투게더 3’의 촬영장으로 쓰인 서울 신길동 우진탕(02-832-1332)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중앙탕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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