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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성추문 고발 대자보 등장…"황병승 시인, 제자 성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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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예대에 등장한 대자보.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 내 성추행 폭로가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문단 내부의 성추문을 폭로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3일 오전 안산 서울예대 캠퍼스에는 ‘문단_내_성폭력 서울예대 안전합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문예창작과에서 강의를 했던 황병승(46) 시인의 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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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시인. [중앙포토]

문예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재학생 2명은 대자보에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폭로가) 서울예술대학교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인식한다”면서 “이전에 문예창작과의 황병승 강사가 위와 같은 상황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피해자분의 허락 하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성추행 피해자의 사연을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황 시인이 ‘시인들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술자리에 데려갔고 데이트도 몇 번 했지만 1~2주 후 여자친구가 생겼다면서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휴학을 하려 했지만 황 시인이 막았고, 이후 사과할 일이 있다며 술자리로 다시 불러 ‘여자로 보인다’며 추근댔다”고 주장했다. “‘여자는 30 넘으면 끝이다’ 등의 언어폭력은 물론 술에 취해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황 시인의 여자친구가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2년 간 휴학했고 황 시인이 ‘이런 일이 알려지면 너도 좋을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해 주변에 하소연을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병승이 보여준 물의는 뜬소문으로만 전해지고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면서 “두번 다시 그런 스승으로서 자질 없는 사람들이 서울예대를 비롯해 어느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자보를 쓰게 됐다”며 “대자보를 통해 교내 성폭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예대를 졸업한 황병승 시인은 2003년 등단해 『여장남자 시코쿠』, 『육체쇼와 전집』 등의 시집을 내고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황 시인은 대자보의 내용을 인정하고 자숙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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