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박 대통령, ‘직접 조사’ 건의 수용하는 입장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2016.11.03 19:53

업데이트 2016.11.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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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와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최순실씨와 직거래 의혹이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 조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검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90%는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나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쪽”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다만 국가원수인 점을 고려해 그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실장도 “이번 사건은 확실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며 김 내정자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서 김 장관도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에게 ‘수사를 자청하라’고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검찰의 내부 기류도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이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도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오늘 담화에서 밝히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0%가량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는 등 국민들로부터 ‘마음의 탄핵’을 당한 상황에서 검찰 조사를 회피할 경우 정국 상황이 꼬이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 개인도 지금보다 더 불행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닉슨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도 가능해진다. 최씨의 영향력에 편승해 국정 농단의 조연을 자처한 전·현직 청와대 참모와 정부 각료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 없이는 ‘정의의 회복’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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