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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무한대를 본 남자 vs 럭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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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무한대를 본 남자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토비 존스, 스티븐 프라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8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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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스틸컷]

줄거리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이던 1920년대. 다른 이들도움 없이 은행에서 일하며 혼자 연구하던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데브 파텔)은, 영국 왕립학회의 수학자 하디(제레미 아이언스)에게 자신의 논문을 보낸다. 라마누잔의 직관과 독창적인 발상을 알아본 하디가 그를 부르자, 라마누잔은 영국으로 떠나 하디와 함께 연구를 시작한다.

별점 ★★★ 답을 먼저 알려 주고,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풀어 나가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수학 문제집이 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문제집 같은 영화다.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실화를 다루고 있기에 결말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직관으로 공식을 알아내지만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수학자 라마누잔, 그의 잠재된 재능을 끌어내려는 동료 하디의 관계 또한 많은 영화가 천재와 그의 조력자를 그리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의 업적을 과장하거나 감동을 연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물들이 겪는 일을 실화에 가깝게 묵묵히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디는 괴짜 교수로 표현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만큼 이성적인 인물이며, 라마누잔이 타국에서 받는 모욕이나 삶의 고통 역시 불필요한 과장 없이 그린다. 라마누잔과 그의 아내 자나키(데비카 비스) 사이의 사랑과 오해 또한 신파로 쓰이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사는 인물들을 고요히 비추는 카메라는, 그 외롭고도 느린 싸움을 담담하게 보여 줄 뿐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힘을 싣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 대니 보일 감독)에서 인도 빈민가 소년을 연기한 데브 파텔은, 완벽한 성인의 얼굴로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무엇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우아하고도 진중한 연기는 ‘하디’라는 인물의 진심을 믿게 하는 힘이다. ‘신과 인간은 믿지 않고 오직 숫자만 믿는다’는 냉정한 수학자가 천천히 변화해 가는 과정으로 이 영화를 보면, 천재의 전기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예정된 결말이 있다 해도,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므로.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램스

감독 그리머 해커나르손 출연 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테오도르 줄리어슨, 샬롯 보빙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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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램스` 스틸컷]

줄거리 아이슬란드 산간의 오지 마을. 양을 사육하는 두 형제 키디(테오도르 줄리어슨)와 구미(시구르더 시거르존슨)는 한 마을에 살지만, 불화로 인해 40년간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어느 날, 마을의 가축들 사이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고, 정부는 형제의 양 떼를 도축하려 한다. 서로에게 등 돌렸던 형제는 자식처럼 아껴 온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깬다.

별점 ★★★☆ 약 33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이슬란드에서는 1년에 평균 열 편 남짓의 영화가 제작된다. 그중 하나인 ‘램스’는 지난해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그리머 해커나르손 감독은, 모국 아이슬란드의 장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고집스런 두 노인 형제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 낸다.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아이슬란드 풍경을 기교 없이 정직하게 보여 주는 촬영은 이 영화의 일등 공신이다. 안개가 잔뜩 낀 벌판에서부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이자 배우들을 위한 여백이다.

구미와 키디 형제를 연기한 시구르더 시거르존슨과 테오도르 줄리어슨은 코미디와 비극을 오가며 극을 우직하게 이끈다. 형과 말을 섞기 싫어 강아지에게 편지를 매달아 보내는 등, 담담한 톤을 유지하면서 깨알 같은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램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슬란드 특유의 절제된 코미디뿐 아니다. 자기 손으로 양을 도축한 구미가 세면대를 붙잡고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비록 극적인 이야기나 사건과 인물에 대한 부연 설명도 없기에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순간은 이토록 느리고 무덤덤한 템포로 캐릭터와 서사를 여러 겹으로 쌓아 오던 영화가 그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마지막 장면이다. 앞일을 알 수 없는 형제의 간절한 표정은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쿠보와 전설의 악기

감독 트래비스 나이트 목소리 출연 샤를리즈 테론, 매튜 맥커너히, 랄프 파인스 장르 판타지 어드벤처 상영 시간 10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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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컷]

줄거리 애꾸눈 소년 쿠보(아트 파킨슨). 어느 날 달왕(랄프 파인스)이 보낸 쌍둥이 자매(루니 마라)에게 공격받은 그는, 낯선 곳에서 만난 원숭이(샤를리즈 테론)와 딱정벌레(매튜 맥커너히)와 함께 자신을 지켜 줄 아버지의 유산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별점 ★★★ 종이접기를 주요 소재로 활용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과거 일본 사무라이 시대를 배경으로, 종이 인형의 실감 나는 움직임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 준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 라이카 스튜디오는 3D 프린팅 기술까지 적용해 세심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이 세상에는 고통과 슬픔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영혼 또한 존재한다’라는 메시지가 아름다운 영상과 맞물려 잔잔한 울림을 자아낸다. 어른이 봐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닥터 스트레인지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레이첼 맥애덤스 장르 액션, 판타지 상영 시간 115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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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줄거리 신경외과 전문의 닥터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자동차 사고로 신경이 손상된 손을 치료하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수수께끼의 존재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찾아간다. 그에게서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은 닥터 스트레인지는 인류를 위협하는 최악의 존재와 마주한다.

별점 ★★★★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들 이야기가 슬슬 지겨워졌던 이들도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 영화에는 유체 이탈·차원 이동·염력 등 온갖 기하학적이고 형이상적인 이미지가 가득하다. 시공을 초월한 마법의 세계는 현란한 비주얼을 과시하며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비주얼로 승부하는 영화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네딕트 컴버배치 덕분에 이야기의 힘도 놓치지 않는다.

이지영 기자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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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 스틸컷]

줄거리 실력 좋기로 소문난 킬러 형욱(유해진)은 공중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현장에 있던 무명 배우 재성(이준)이 형욱의 사물함 열쇠를 주우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뀐다.

별점 ★★★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 우치다 켄지 감독)의 리메이크. ‘킬러’와 ‘배우’라는 두 직업의 대비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 간다. 억지스런 웃음을 강요하는 대신, 코믹한 상황에 어우러지는 유해진의 소탈한 연기가 관객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형욱에 비해 재성의 존재감이 약한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웃음·눈물·감동을 모두 버무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끝까지 코미디 장르로 밀어붙인 제작진의 뚝심이 돋보인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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