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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지시받고 재단 설립"···박 대통령도 조사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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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검찰에 긴급체포되면서 관심의 초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로 옮겨 가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설립과 대기업 출연금 모금에 나섰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기업총수들과 오찬서
대통령 “문화예술 지원해야” 언급
재단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안씨 ‘셀프 충성’한 건지가 관건
헌법엔 형사상 소추 안 된다지만
법조계 다수가 “수사는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이 대통령 수사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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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검찰은 지난해 2월 24일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청와대 오찬에 주목한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기업인이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독려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따로 불러 재단 설립을 ‘적극’ 지시했는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의 필요성 정도를 언급했는데 안 전 수석이 ‘셀프 충성’해 대기업 강제모금에 나섰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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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 강제성 모금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체포된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개입 정도를 적극적으로 진술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 축은 최씨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지 및 개입 여부다. 이미 측근 그룹에선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으로,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은 최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으로 검찰 출석을 기다리는 처지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이 어떤 경위로 최씨에게 넘어가게 됐는지, 또 최씨가 규정을 어기고 청와대로 들어와 박 대통령을 만났는지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청와대 일부 자료에 대해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고 한 만큼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및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 등의 비리를 알고 있었는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정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 등에서 파열음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좌천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수사에 대한 검찰 내 기류도 심상치 않다. 그간 법무부와 검찰은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을 가져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일 국회에 나와 “규정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진상 규명 필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 경과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수사는 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한 임의 수사는 할 수 있다는 게 다수설이다. 대통령도 본인이 조사에 응할 의사만 보이면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만 했지 수사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에 수사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새누리당) 의원도 저서 『헌법학원론』에서 “시간이 경과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 행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언제나 수사(압수수색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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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의견도 있다. 허영 경희대 법률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형사소추는 처벌을 전제로 하는 기소이므로 기소할 수 없는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퇴임을 한 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후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조사 방침을 정할 경우 박 대통령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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