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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최씨, 청와대 수석과 공모해 ‘직권남용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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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일 최순실(60)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직권남용)’와 ‘사기미수’ 두 가지다. 횡령·배임 등 다른 혐의도 포착됐지만 이날까지 확인된 혐의 위주로 영장 청구서를 작성했다.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석한 최씨는 그날 자정 무렵에 긴급체포됐다. 이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했기 때문에 수사팀이 시간에 쫓겼다.

최순실 구속 여부 오늘 오후 결정
검찰, 신병 확보 뒤 연설문 등 조사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최씨의 범죄 사실 중 하나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받아낸 부분이다. 삼성·현대·SK 등 기업들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486억원을, 올해 1월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을 내세워 재단 모금에 관여했다”는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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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재단에 후원금을 낸 롯데그룹이 추가로 70억원을 내도록 한 것도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됐다. 롯데는 두 재단 설립 당시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추가로 70억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최씨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돈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롯데그룹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기 직전인 지난 6월 이 돈을 돌려받았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관련된 혐의도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펜싱팀을 창단해 선수들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더블루K가 업무대행을 한 부분이다. 최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40)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하루 전인 지난 1월 12일에 출범해 8개월여 만에 폐업했다. 고씨는 이 회사 설립 전후로 지인들에게 ‘펜싱팀 창단’을 언급하며 “문체부와 각 정부기관도 꽉 잡고 있으니 믿고 따라오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검찰은 최씨가 더블루K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두 건의 연구용역을 제안하고 약 7억원을 받아내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기미수죄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더블루K는 연구용역과 관련해 제안서조차 쓸 수 없는 능력 미달의 회사였다”며 “최씨는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재단의 돈을 빼돌리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문서를 따로 받아봤다는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서 유출자와 함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처벌된다. 최씨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3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안종범 “침통한 심정”=최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안종범 전 수석은 2일 소환 예정 시간보다 10분가량 이른 오후 1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그는 포토라인까지 걸어오는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냐” “최순실씨를 모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검찰에서 다 말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선미·송승환·서준석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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