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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공포지수' 4개월 새 최고…외국인 추가 하락에 베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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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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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악재와 최순실 사태가 겹치면서 2일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져 1978.94로 마감됐다. 사진은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강정현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상승 같은 대외 불안요소에다 최순실 사태가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일 코스피는 2000선이 깨지고 1970선으로 밀렸다. ‘공포지수’는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10원 가까이 떨어졌다.

미 금리 인상 우려, 국내 상황 불안
원화 가치도 장중 10원 넘게 출렁
“증시 변동성 미 대선 끝나도 지속”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대비 1.42%(28.45포인트) 빠진 1978.94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97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7일(1963.10) 이후 119일 만이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298억과 229억을 순매도해 하락세를 주도했고, 기관만 147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이날 3.24%(20.32포인트) 빠진 606.06을 기록해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 지수(VKOSPI)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17.25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16.63% 올라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VKOSPI는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로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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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54%)·네이버(-2.48%)·아모레퍼시픽(-2.91%) 등 시가총액 상위 1~10위 기업의 주가는 이날 모두 하락했다. 최순실에 대한 검찰 조사가 확대되면서 문화·방산 관련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CJ E&M은 7.7% 하락했고, 한화테크윈(-3.6%)·LIG넥스원(-6.8%) 등은 최근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장중 10원 넘게 떨어지며 출렁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9원 내린 1149.8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불안요소를 ▶트럼프 지지율 반등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국내 정치 불안 등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외적인 불안요소가 함께 작용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불안 요소까지 겹친 증시 변동성이 오는 8일 미국 대선이 끝나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장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국내는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 컨트롤타워까지 실종되면서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국내 증시가 앞으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전날의 3배 가까운 약 1만 계약을 순매도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파생·헤지전략부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에서 제일 기피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개각도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는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 가까울 정도로 자산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는데다 1940~1950선을 저점으로 본다면, 이르면 연말부터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까지 지지율이 높았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예상대로 당선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 유가까지 올라준다면 국내 증시도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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