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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야구' 두산, 4연패···2년 연속 우승으로 KS 지배

중앙일보

입력

 

두산 베어스의 '빌딩 야구'가 2016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8-1로 꺾고 2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했다. KS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한 팀은 두산이 역대 7번째다. 선발 투수 유희관(30)의 호투와 결승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2타점을 쓸어담은 양의지(29)가 4차전 완승을 이끌었다.

올해 프로야구는 두산으로 시작해 두산으로 끝났다. 두산은 정규시즌 역대 최다승(93승1무50패)을 거두며 2위 NC를 9경기 차로 따돌렸다. KS에서도 NC는 힘 한 번도 쓰지 못한 채 두산에 완패했다. 4경기 스코어 합계는 20-2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4번타자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28·볼티모어)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재환(28)이 정규시즌 타율 0.325·37홈런으로 주전 좌익수, 박건우가 타율 0.335·20홈런으로 주전 중견수로 성장한 덕분이다.

2016년 두산은 프로야구 사상 최강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떠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두산 야구는 튼튼하고 멋진 '빌딩' 같았다. 설계부터 기초공사, 인테리어까지 완벽했다.

1983년 프로야구 최초로 2군 팀과 2군 경기장을 만든 두산은 30년 넘게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 데다 선수 영입에도 성공하면서 2년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두산의 '빌딩 야구'는 박정원 구단주(두산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야구 전문가 김승영 사장-김태룡 단장의 경영능력,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이 만든 합작품이다.

두산 야구의 네 기둥은 '판타스틱4'로 불리는 강력한 선발 투수다. KS 1차전은 더스틴 니퍼트(35·8이닝 무실점), 2차전은 장원준(31·8과3분의2이닝 1실점), 3차전은 마이클 보우덴(30·7과3분의2이닝 무실점), 4차전은 유희관(5이닝 무실점)이 눈부신 피칭을 이어갔다. 두산은 KS 4경기 내내 한 순간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두산 마운드는 역대 KS 최소 실점(2점)과 최저 팀 평균자책점(0.47)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이들 4명은 두산 승리의 75%인 70승을 합작했다. 같은 팀 네 명의 선발투수가 15승 이상을 거둔 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4명의 투수는 각기 스타일도 달랐다. 외국인선수 니퍼트와 보우덴은 오른손, 장원준과 유희관은 왼손 투수다. KS 4경기에서 NC 타자들은 우-좌-우-좌의 순서로 두산 선발진을 상대했다. 게다가 4명의 특장점이 서로 달라 공략법을 찾기 어려웠다.

김태형 감독은 "4명에게 정말 고맙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잘 던졌다. 선발 4명 덕분에 야수들도 힘을 낸 것 같다"며 "(팀 선배이자 적장인)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무겁다. 선수들이 잘해서 2년 연속 우승을 한 만큼 3연속, 4연속 우승을 준비하는 게 나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두산 시절을 포함해 네 차례 KS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김경문 NC 감독은 "두산이 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걸 느꼈다. (준우승이) 지금은 아프지만 더 강한 팀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 감독이 부족했다.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철저한 계산과 준비가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선발진을 만들었다. 두산은 지난 2011년 연봉조정 자격을 얻으면서 메이저리그 잔류가 불투명해진 니퍼트를 발빠르게 영입했다. 외국인 투자에 인색했던 두산의 방침이 바뀐 시점이다. 니퍼트는 6년 동안 80승을 거뒀다. 니퍼트와의 재계약이 어려워질 때면 김승영 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그를 설득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지난해 6승에 그쳤을 때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유희관은 두산 육성 정책의 승리다. 유희관은 중앙대 시절 볼스피드가 최고 130㎞대에 그쳤다. 하지만 두산은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은 그를 2009년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뽑았다. 두산은 유희관을 미래자원으로 분류해 2년 뒤 상무에 입대시켰다. 상무에서 선발 경험을 쌓은 유희관은 제대 후 4년 연속(2013~16년) 10승 이상을 올리는 투수가 됐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장원준을 영입한 건 두산 구단이 내린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장원준은 롯데 시절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두산은 장원준이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 훨씬 좋은 피칭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탄탄한 수비력까지 받쳐주면서 그가 더 성장할 것으로 믿었다. 또 그가 큰 돈(4년 84억원)을 벌어도 흐트러지지 않을 선수라는 점도 파악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12승, 올해 15승을 올렸다.

올해 새로 합류한 보우덴은 화룡점정이었다. 보우덴은 6월30일 NC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나머지 선발 3명이 든든하게 뒷받침한 덕분에 회복 기회를 얻었다. 강건한 네 기둥 위에서 2016년 두산 야구가 우뚝 섰다.

창원=김식·김효경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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