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다양한 형식의 대자보가 등장하는 가운데,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가 제작한 ‘작품’이 화제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청송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지난달 30일부터 붙어 있는 대자보에는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등 현 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빼곡한 글자 대신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한 문장과 그림, 그리고 구겨진 종이뿐이다.
흰 종이에 그려진 작은 사람들이 줄을 당겨 장막처럼 덮여있는 실제 종이를 걷어내는 모습을 나타냈다.
종이가 구겨져 걷히자 그 아래 감춰져 있던 ‘올바른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드러나는 모양새다.
대자보의 우측 하단에는 가까이서 봐야만 읽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글씨로 ‘여러분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의 잘못된 민주주의가 벗겨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대자보의 사진을 올리며 ‘참여형 대자보’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민주주의를 여러분 힘으로 벗겨낼 수 있도록 이 메시지가 ‘그 곳’에 닿아 ‘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지식인의 펜의 힘을 보여주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대자보 옆에 달린 볼펜으로 빈 공간에 의견을 적어 대자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술 작품의 형태를 띤 참여형 대자보를 접한 네티즌들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이 멋지다”, “여태 본 대자보 중 최고다”, “감각이 대단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