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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검찰 칼로 잘못된 정치·시스템 치료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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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을 개탄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진현(43)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에 거는 기대'라는 시국을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 검사는 “검찰의 칼로써 잘못된 정치, 관료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사는 정치 시스템의 정상 회복과 유지를 위해 직접 국민에 책임져야 할 중요하고도 어려울 것”이라며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 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이런 사태가 방치된 것에 대한 반성도 했다.

박 검사는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고 했다.

박 검사가 올린 글에는 “여론을 중시하면서도 원칙에 입각해 정도를 걷는 냉철하고 치밀한 수사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 “현 세태와 검찰의 역할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후배 검사로서 진심으로 감사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박 검사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한 후 광주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서울동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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