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5선인 정병국 의원이 이정현 대표를 겨냥해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선장은 가라앉는 배에서 가장 먼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당 혼란의 책임을 물어 이 대표의 퇴진을 다시 요구한 것이다. 정 의원은 2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 새누리당을 ‘구멍이 뚫려 가라앉고 있는 배’에 비유하며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은 선장이 끝까지 있는 게 아니라,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장이 제일 먼저 배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퇴진 요구에 대해 “선장처럼 배가 순탄하든 순탄하지 않든 책임을 지고 난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정 의원은 또 “최근 들어 친박계의 대표적인 분을 만나 뵙고 대화를 해봤는데, 이번 지도부 퇴진 집단 요구에 대해 ‘권력 다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친박계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방송 출연 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ㆍ중진의원회의에 참석해 이 대표에게 퇴진을 직접 요구하면서 둘 사이에 말다툼도 벌어졌다.
-정병국 “대표께서 과거에 어떤 말씀과 무슨 일을 하신 부분까지 거론하면서 얘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것이(사퇴 요구가) 국민적 여론이고 이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소리, 당원의 소리를 들어봐달라.”
-이정현 “이왕 얘기 나온 김에 거론하십쇼. 제가 뭘 해 먹은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게끔 말씀하시는 것은 공식 석상에서 적절치 않다.”
-정 “말싸움하려는 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이 “이정현이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건지 말씀하세요.”
-정 “당 대표에 대한 거니까 자제했다.”
-이 “자제하지 마시라니까요. 그럼 그 말 취소하세요.”
-정 “이런 식으로 회의를…”
-이 “개인 명예가 걸린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되잖아요.”
-정 “우리가 싸우자고 모인게 아니잖아요.”
-이 “그러니깐 말씀해보라고요. 제가 뭘 했다고요? 제가 도둑질했다고요?”
-정 “도둑질 하셨어요?”
-이 “안했어요.”
이후 유승민 의원이 발언 순서를 이어 받으면서 둘 간의 다툼은 진정됐다. 정 의원은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을 (청와대 수석으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고 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국정감사때 최순실씨에 대한 증인 채택 과정에서 (정부 측을) 적극 비호했던 점 등을 지적한 말”이었다며 “그런 식으로 이 대표가 민감하게 반응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우리 공동체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 이런 주문을 한 번 더 해주시면, 그 때 한번 더 (사퇴 요구)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