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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 TONG역기] 10대도 궁금한 최순실 게이트 ① 미르재단부터 태블릿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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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64) 대통령의 오랜 ‘비선 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최서원 개명)의 국정 농단 의혹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을 실질적으로 조종하고 자금을 유용한 의혹 △딸 정유라(20)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대통령 연설문 수정 및 각종 자료를 열람하고 국정에 개입한 의혹 등이죠.

박 대통령은 “재임 초기에 연설문 수정 등에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도움 받은 범위는 단순히 연설문 첨삭을 넘어선다는 것이 지금까지 보도된 상황입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행위를 직접 시켰는지 등 국민적 의심이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대통령이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특검이 수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하야 및 탄핵 촉구 등 고조되는 국민적 분노에 직면해 박 대통령은 비선과 연루된 일부 청와대 인선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또 정치권이 요구하는 책임총리제나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죠.

그러나 야권에서 특검 논의를 돌연 중단하고 거국내각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총공세를 펴고 있어 정국이 안갯속입니다. 주말 내내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수색이 이뤄진 가운데 귀국한 최씨가 10월 3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답니다.

복잡한 최순실 사태를 Q&A로 정리해 봅니다.

Q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쥐고 흔들었다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인가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 강남구 미르재단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 강남구 미르재단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A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불거진 건 한겨레신문 9월 20일 보도였어요. 물론 지난 7월 TV조선이 먼저 보도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못 받았죠.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의 두 재단이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지휘 아래 일사천리로 설립됐고 삼성, 현대차 등 19개 대기업이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점이 이상하다는 거였어요. 미르에 486억 원, K스포츠에 288억 원이 모였는데, 박근혜 대통령 퇴임에 대비한 5공화국 시절의 ‘일해재단’ 같다는 의심이었어요.

한겨레는 쌍둥이 같은 두 재단의 배후에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비선 실세’인 최순실이 있고 최씨가 자신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앉히고 전횡을 휘두른다는 의혹을 제기했어요. 또 미르재단 김형수 전 이사장의 제자인 차은택(47) CF 감독이 최씨의 측근이라는 의혹도요. 차 감독은 2015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된 현 정부 문화계 거물이에요. 늘품체조도 차씨의 작품이라는군요.
[관계 기사] 한겨레신문 9월 20일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61796

두 재단 설립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자발적’ 모금이었다고 해명했죠. 전경련은 얼마 후 두 재단을 통합하겠다고 밝혔고요. 그런데 K스포츠의 자금이 최순실의 개인 회사 비덱(WIDEC)에 딸 정유라씨의 승마 전지훈련 지원금의 명목으로 흘러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는 더욱 일파만파가 됐어요.

경향신문은 최씨 모녀가 재단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독일에 페이퍼컴퍼니인 비덱을 설립하고 3성급 호텔을 인수하는 등 비밀 회사가 10여 개가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답니다.

[관계 기사] 경향신문 10월 26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10100&artid=201610262255005

박 대통령은 급기야 10월 20일 “(재단이) 퇴임 후를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며, 만약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로서 늦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됩니다.

Q 두 재단 모금에 청와대가 관여했나요?

서울 강남의 K스포츠 재단 사무실. [사진=중앙포토]

서울 강남의 K스포츠 재단 사무실. [사진=중앙포토]

A 대기업 모금과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관저에 재벌 회장을 불러 기금 요청을 했다.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화를 걸어 독려했다”고 지난달 27일 주장해 불길이 청와대로 번졌죠.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오찬에서 “기업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 주시고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적은 있어요. 박 대통령의 ‘문화 융성’ 기치에 재계가 화답한 거라는데 문제는 과연 청와대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낸 것일까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롯데 수사 본격화로 문제될 것을 우려해 10여 일만에 돌려 줬다는 겁니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회장님’으로 불리는 최순실과 안종범 수석의 지시로 SK그룹을 찾아 추가로 80억 원을 요구했다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안종범 수석은 관련 의혹을 끝까지 거부했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병우 민정수석 등과 함께 지난달 30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안 전 수석은 최씨 실소유의 더블루K 사업을 도와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요. 더블루K 조모 전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10월 27일)에서 안 전 수석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차씨 외삼촌), 김종 전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더블루K가 스위스 업체와 MOU 체결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고 폭로했거든요. 세 사람은 모두 “단순히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손사래를 쳤어요. 안 전 수석은 “최씨의 존재를 이번에 알게 됐다”고도 말했어요.

Q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지난 24일 JTBC는 최순실의 태블릿에서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문서를 사전에 열람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지난 24일 JTBC는 최순실의 태블릿에서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문서를 사전에 열람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JTBC]

A 사실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계기는 JTBC의 10월 24일 보도였어요. 최씨가 박 대통령의 단순한 비선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장한’ 실세 중의 실세였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에요. 최씨는 박 대통령의 오랜 지인으로서 의상과 가방을 챙겼다 정도로만 알려졌는데 알고 보니 선거 운동 시절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연설을 고치는 일까지 한 거예요. 아무런 직함이 없는 민간인이 국가 기밀 서류인 대통령 연설문을 청와대 밖에서 손봤다는 건 국가기록물관리법 위반인데 평소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왜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사인에게 의존했을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죠.

JTBC가 공개한 최씨의 태블릿 속 파일의 일부. 2014년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연설문의 파일 곳곳이 붉은색으로 수정되었다.

JTBC가 공개한 최씨의 태블릿 속 파일의 일부. 2014년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연설문의 파일 곳곳이 붉은색으로 수정되었다.

JTBC는 최씨의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당시 보도에서는 ‘태블릿 PC’라고 밝히지 않았어요) 안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국정 문서가 다량 발견됐다고 전했어요. 2012년 6월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200여 파일이 있고 이 가운데 대통령 연설문은 44개로 모두 일반에 공개되기 전 초안으로 먼저 받아 본 거였어요. 당선인 신년사,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심지어 드레스덴 연설문까지.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발표한 이 연설문은 이른바 ‘통일대박론’의 실천 방안을 담은 것이었죠. 대통령의 여러 말씀자료,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까지 망라돼 있는데 붉은 글씨로 수정된 흔적이 있고 일부는 이후 연설에서 실제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관계 기사] JTBC 10월 24일 http://news.jtbc.joins.com/html/632/NB11340632.html

Q 그래서 대통령이 사과한 거로군요.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사과했다. [사진=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사과했다. [사진=중앙포토]

A 박 대통령은 JTBC 보도 다음날인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 앞에서 1분 40초 분량의 사과문을 발표했어요. 생방송은 아니고 사전 녹화된 거였어요.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게 끝!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짧게 끝나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어요. 게다가 취임 후 일정 기간이라 했지만 무려 취임 후 1년 반이 넘을 때까지의 문서가 저장돼 있었죠. 또 문서가 전달된 과정도 아직 오리무중이고요.

특히 그날 저녁 다시 방송된 JTBC 보도에 따르면 연설문 외에도 여러 민감한 국정 사안이 포함돼 있었어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이 담긴 대통령 국무회의 말씀 자료, 취임식 오방낭 이벤트나 대통령 휴가지 사진 등 다양했답니다. 2012년 당선인 신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말씀 자료에는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세 차례 비밀 접촉이 있었다’는 비공개 내용까지 적혀 있었어요. 심지어 당선 직후 ‘아베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호주 총리 통화 참고’ 등 외교안보 사안까지 유출돼 있었어요.

도대체 열람한 이유가 뭔지, 정말 연설문 수정 외 다른 국정까지 마구잡이로 개입한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딸의 대학 입시 관련된 정보, 부동산 개발 정보 등도 포함돼 사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고요. 외신들도 힐러리의 e-메일 스캔들에 비유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관계 기사] JTBC 10월 25일 http://news.jtbc.joins.com/html/725/NB11341725.html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10월 28일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빌딩 앞에서 대통령 연설문 유출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우주의 기운’이나 ‘혼’과 같은 표현을 직접 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보안 사항이라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중앙포토]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10월 28일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빌딩 앞에서 대통령 연설문 유출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우주의 기운’이나 ‘혼’과 같은 표현을 직접 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보안 사항이라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중앙포토]

한편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은 “연설문이 이상해져서 돌아왔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기억나는 건 단어 수준이지 이상하게 고쳐졌다거나 통째로 첨삭이 돼 있다거나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어요. ‘혼’이나 ‘우주의 기운’ 같은 표현에 대해선 “보안 사항이라 답할 수 없다”고 하고요.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놓고 야권에서는 최씨가 무속인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대통령이 주술에 영향 받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답변했고요. 과거 대통령이 최씨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의 종교 활동에 참여했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은둔 시절 최씨 일가의 도움으로 살았기 때문인데요 이 주제는 다른 질문에서 다시 다루죠.

Q 태블릿PC는 어떻게 입수했나요?

JTBC는 최 씨가 사무실로 사용하던 사무실의 관리인에게 처분을 부탁한 물건에서 태블릿 PC를 발견했다. [사진=

JTBC는 최 씨가 사무실로 사용하던 사무실의 관리인에게 처분을 부탁한 물건에서 태블릿 PC를 발견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JTBC]

A JTBC는 최씨가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하라고 사실상 버리고 간 것을 주웠다고 밝혔는데요. 입수 장소는 독일의 사무실이었어요. 최씨는 이후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연설문을 고친 건 대통령의 심적 표현을 잘 알기에 신의로 한 일”이라며 수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태블릿은 내 것이 아니다. 쓸 줄도 모른다”고 부인했어요.

[관계 기사] 세계일보 10월 27일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10/27/20161027000033.html

하지만 태블릿 안에 최씨 셀카를 포함해 그의 것이라는 여러 정황이 나와요. 딸 정유라씨의 옛 이름 ‘유연’ ‘연이’ 등이 파일 최종 수정자로 나오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아이디 ‘narelo’도 등장해요. 그런데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건이나 e-메일 등을 보낸 적 없다고 말했어요. 태블릿을 개통한 명의는 마레이컴퍼니로 대통령직 인수위 뉴미디어담당관을 지냈던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것이라는군요.

JTBC측으로부터 태블릿을 넘겨받은 검찰은 메일이나 메신저 등 잠금장치를 풀어 추가 정보를 조사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추가 국정 자료나 수사의 중요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는데 두고 봐야죠.

Q 연설문 수정 얘기는 어쩌다 나왔나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인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가 10월 31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오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최씨의 측근 고영태(40)씨가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게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JTBC에 발언한 게 최초였어요. 당시 JTBC의 보도에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고씨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증언도 나왔어요. 고씨는 최씨 소유 더블루K 상무를 맡는 등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이죠. 2009년 태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고 2012년 빌로밀로란 가방을 만들어 대통령이 들고 다니기도 했어요. 2014년 빌로밀로 폐업 이후 최씨의 지원이 끊기면서 올초 두 사람 간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도 있고요. 고씨는 차은택씨와도 같은 야구팀에서 활동하는 등 친분이 있다는 군요.

[관계 기사] 중앙일보 10월 27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0790463

이어서 계속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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