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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정현 지키려…“전쟁하자”는 친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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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31일 여의도 일식집 ‘키사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중진의원 만찬이 열렸다. 식사 후 새누리당 의원들만 따로 모인 자리에서 친박근혜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비박계의 사퇴 요구에 직면한 친박계 이정현 당 대표 얘기를 비박 중진들에게 꺼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건 전쟁 하자는 것”이라며 “전쟁 하자. 너희는 김무성 당 대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비박에 “김무성 대표 만들려 하나”
최씨 사태 사과보다 당권에 올인
원조 친박 김무성·유승민도 반성을

이날 오전 당 지도부 사퇴 촉구 의원 모임에 참석한 일부 친박 의원에겐 친박계 핵심 의원 몇몇이 전화를 걸어와 ‘이 대표 사퇴 불가 입장을 밝히고, 2일 예정된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1일엔 이 대표를 비롯, 서청원·최경환·홍문종·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이 모여 ‘어떤 경우에도 이 대표 사퇴는 안 된다’ ‘최순실씨 구속은 불가피하지만 우리가 정국 구심점 역할을 잃어선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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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는 이처럼 당 주도권 사수를 위해 물밑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최순실 스캔들의 진실에 대해선 제대로 입을 여는 이가 여전히 없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 의원조차 사석에서 “대통령이 최순실과 친분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맡았던 전여옥 전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6년 열린우리당이 수도 이전을 강행하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벌벌 떨고만 있더라. 답답해서 (최씨에게) ‘전화 좀 해보세요’ 하니 진짜로 구석에 가서 전화를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친박계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적어도 2007년 대선캠프에서부터 함께 일해온 친박계 인사들은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비박계 ‘잠룡’들은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하고 그 첫걸음은 지도부 사퇴”라고 공동 선언했다. 지도부와 비주류가 평행선을 달리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가 당권 사수에 ‘올인’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사태 수습을 위해선 최씨와 관련해 반성문부터 쓰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여기엔 원조 친박 핵심이었던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도 포함된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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