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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상호 “당·대선후보 메시지 분리” 문재인 겨냥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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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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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左), 우상호 원내대표(右)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늘 순간부터 당 메시지와 대통령 후보 메시지를 분리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비공개 비상 의원총회에서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매일 비상의총을 소집하기로 했다.

“후보가 거국내각 먼저 꺼내 혼란
앞으로 당은 당대로 가야 한다”
의원들은 거국내각 수용 압박
“거부하면 우리가 당할 수 있다”
문, 책임총리 전제 중립내각 제안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 문제가 혼란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당 지도부는 말한 적이 없는데 당 대통령 후보가 먼저 말씀하셔서 그런 것”이라며 “당의 유력한 후보가 하는 말이 당 입장처럼 비춰지는 건 당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가장 먼저 ‘거국중립내각’ 카드를 꺼내든 이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였다. 이후 추미애 대표가 거국중립내각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은 “야당이 말을 바꿨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 후보가 얘기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당은 당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은 당, 후보는 후보’라는 입장을 천명한 셈이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새누리당이 총리 후보를 내정해놓고 거국내각이라고 한다”며 “야당은 거기에 들러리 설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에 거국중립내각 수용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비례대표 김현권 의원은 “지금 국민들 마음속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했다”며 “거국내각 논의에 우리 당이 피하지 말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훈 의원도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이 개헌을 모태로 해서 이 국면을 물타기하려는 것임을 다 알고 있다”면서도 “국정 전반이 무정부 상태로 흘러가지 않도록 거국중립내각 논의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정해진 입장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3선의 김상희 의원은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받는다고 했을 때 ‘일고의 가치도 없다’(추 대표)고 한 우리 당 반응은 너무나 의외였다”며 “국민들이 저 당(민주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설훈 의원은 “대통령 2선 후퇴라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거국중립내각을 하자고 하면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부턴 우리가 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반을 위임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그 다음에 그 총리의 추천을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를 전제로 한 ‘조건부’ 거국중립내각론이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의 하야,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야권에서 그런 상황만큼은 피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내놓은 것이 거국중립내각”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거국내각은 박 대통령 탈당으로 시작해 청와대에서 3당 대표들과 영수회담을 하고, 누구를 총리로 할 것인지 합의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총리가 조각하는 것”이라며 “이게 거국내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선 “마치 지금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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