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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야간어린이집 열고 다자녀 가구 입시 특례 혜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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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국처럼 아이 한 명 낳을 때마다 한 달에 100만원씩 주는 건 어떨까요. 3명 낳으면 월 300만원입니다.”

“아이 한 명당 매월 100만원 지원”
“손주 키우는 조부모 양육수당 지급”
임산부 주차장, 마더박스 제안도
정부, 아이디어 모아 정책 반영키로

정경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이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7회 중앙·지방 정책협의회’에서 내놓은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이다. 이날 협의회에 모인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부단체장들은 정 부시장처럼 행정자치부·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지방자치단체 나름의 저출산 해법을 제안했다. 젊은 층에 특화된 ‘따복하우스’ 건설(경기도), 1000억원 규모 출산장려기금 조성(부산시)처럼 지자체별로 시행 중인 정책도 소개했다.

이날 협의회는 저출산 극복 방안을 위해 시·도 부단체장들과 정부 주무부처 관계자들이 함께 만난 첫 번째 자리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든다는 위기감은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6~10월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실시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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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결과 17개 시·도는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공통적으로 난임 부부 지원 확대, 중앙·지자체의 소통 기회 확대, 인식 개선 캠페인 강화 등을 요청했다. 김홍섭 부산시 출산장려팀장은 “인구 유출이 많은 지방에선 특히 저출산에 대한 걱정이 크다. 정부에 피부에 와닿는 출산장려책을 추가로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생각 못한 아이디어도 활발히 제시됐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울산광역시는 야간근로 여성에게 특화된 야간어린이집 운영을 건의했다. 김수영 울산시 복지인구정책과 주무관은 “우리 시에는 젊은 부부가 많은데 보육 부담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근무에도 탄력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의 설치와 산모에게 출산용품을 선물하는 ‘마더박스’ 사업의 전국 확대를 제안했다. 출산용품 지원은 전남 해남군, 부산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광주도 내년부터 4만원 상당의 마더박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북은 다자녀 가구에 입시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에선 미혼모 맞춤형 취업·생활 지원, 충남은 손주 키우는 조부모에 대한 양육수당 제공 등을 제시했다.

건의 사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도시 지역은 행복주택 같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요청했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 일·가정 양립을 돕는 제도 개선도 강조했다. 반면 농어촌이 많은 지역은 산부인과 의사 지원, 공중보건의 확대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김유진 강원도 출산정책팀장은 “분만취약지 임산부에 대한 지원은 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재정적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보육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건의한 내용을 검토해 저출산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저출산 정책이 우수한 지자체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지역별 출산율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출산지도’도 제작할 예정이다. 정윤순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광역 지자체뿐 아니라 기초 지자체도 출산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저출산 극복 노력이 활발해져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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