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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들 “서울대 인턴십 다녀온 뒤 다시 꿈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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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에 나가는 대신 광주광역시 동구의 지산동 파출소를 들락거리던 윤효준(18)군은 지난해 겨울 서울대를 다녀간 뒤로 좌우명이 생겼다. ‘내 주변의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만난 서울대생 멘토 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후 윤군은 공군 부사관이 되기로 마음먹고 학교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윤군이 다시 서울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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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회째 진행된 행사에는 맥지 산하 대안학교인 ‘도시속참사람학교’ 학생 17명이 참가했다. [사진 맥지]

‘학교 밖 아이들’이 서울대를 방문하는 ‘맥지청소년 서울대 인턴십 프로젝트’로 이번에 2회째를 맞았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맥지(麥志)청소년사회교육원’(이하 맥지)은 공교육에 적응 못한 청소년 1000여 명을 관리하는 사단법인이다. 맥지는 지난해부터 학교 밖 아이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2박3일간 서울대를 방문하고 서울 투어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맥지 산하 대안학교인 ‘도시속참사람학교’ 학생 17명이 참석했다.

‘홍진기 창조인상’ 홍병희 교수 제안
맥지청소년교육원이 화답해 시작

프로젝트는 ‘홍진기 창조인상’ 1회(2010년) 수상자인 홍병희 서울대 교수가 2회(2011년) 수상자인 맥지의 활동을 알게 된 뒤 이강래 맥지 상임이사에게 제안해 기획됐다. 이강래 상임이사는 “처음엔 ‘서울대에 뭐 하러 가냐’던 학생이 다녀온 뒤에는 ‘다시 공부해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면 현실이 된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반 지하방에서 사는 게 싫어 중학생 시절 크게 방황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던 화학자에 대한 꿈을 끝까지 놓지 않았더니 이 자리에 있게 됐다. 자신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숙소로 자리를 옮긴 오후 9시쯤부터는 멘토링이 진행됐다. 홍 교수의 제자인 서울대생 6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대화 시작 전 “오늘만큼은 거짓 없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자”고 약속부터 했다.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다음날 새벽이 되자 점차 마음을 열었다. 김모(17)군은 “부모님이 이혼하고 형이 조직폭력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모든 걸 감추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만 하며 살고 있다”며 울었다.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홍승범(18)군은 “학교, 부모님, 인간관계 등 짜증나는 일이 많아 나쁜 짓도 했는데 여기서 대화하다 보니 이해받는 느낌이었다”며 “오늘 기억을 잊지 않고 ‘타투’ 전문가의 꿈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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