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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한국도 같은 대륙, 21세기는 유라시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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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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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에 열린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의 거물들이 방한했다. 그중에는 스티븐 그린(67·사진) 남작도 포함됐다. 그는 무역·투자장관(2011~2013)과 HSBC 그룹 회장(2006~2010)으로 일했다. 그린 남작에게 유럽의 입장에서 유라시아·아시아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유럽인에게 유라시아란 무엇인가.
“사실 유럽인들은 유라시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유라시아라는 개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유라시아라는 관념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는 공통의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통의 기회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21세기는 ‘유라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유라시아에 산다.”
협력과 번영을 도모하는 단위(unit)로서 유라시아는 너무 큰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유라시아 내에서 상호 연결성이 발전하고 있다. 철도·해상·항공 교통망이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현대판 실크로드가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대륙(landmass)에 살고 있다.”
유럽 입장에서 유라시아의 동쪽을 생각할 때 특히 어떤 지역이 떠오르는가.
“동북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남아시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아시아 지역의 지역통합을 어떻게 보는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아세안은 유럽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동아시아연합’의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비중이 너무 큰 것도 문제다.”
유럽연합(EU)를 약화시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유라시아 내부의 경제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EU는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 특히 무역 영역에서 지역 공통의 목소리를 조율하지만 미국·중국·인도 등에 비하면 의견이 분열돼 있다. 브렉시트로, 특히 무역 협상에서 EU 공통의 공식적인 목소리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또 영국이 주요 아시아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공식 경제 대화가 보다 복잡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전에도 개별국가와 개별기업들이 EU와는 별도로 각자의 목표를 추구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독일은 매우 성공적으로 중국에 자본재를 수출했다.”
당신은 성공회 사제이기도 하다. 유라시아 협력의 종교적 측면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협력과 평화를 위해 기독교·불교·이슬람 등 유라시아의 종교간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1980년 처음 서울에 왔다. 한국에 올 때마다 엄청난 변화를 목격했다.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규모를 갖게 됐다. 앞으로 50년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에 달려있다.”
앞으로 유라시아 협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국가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유라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국에, 여러분은 한국에 살고 있을 뿐이다. 100년 후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유라시아 사람들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올바른 결정을 내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당신은 관계·재계에서 매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비결은.
“모르겠다. 운도 좋았다. 나는 항상 국제적인 맥락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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