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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돌의 체면과 행마의 효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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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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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5보(42~57)=침착한 판단일까, 느슨한 생각일까. 흑 한 점을 확실하게 제압하면서 좌하귀를 지킨 백△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기분 좋게 날아든 흑▲에 다시 좌변 쪽으로 낮게 미끄러진 42를 보고 또 한 번 검토실이 술렁거린다. “또 그쪽이야? 허 참….”

검토진이 예상한 그림은 ‘참고도’ 백1의 우상 쪽 침입이었는데 흑2 이하 백11까지 흑의 진영을 흐트러뜨리고 빠져나올 때 선수를 뽑아 좌변 흑12로 선행하면 흑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 랴오싱원도 ‘참고도’의 진행이 재미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도 검토진의 시선이 우상 쪽에 머문 이유는, 그곳에서 한발 뛰어나온 43의 자세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좌상귀 쪽에서 흘러나온 흑 대마의 중앙 진출을 허용하면서 백◎의 두터운 벽을 쌓은 노고가 무색해진다. 돌의 체면(?)이 이렇게 구겨지면 당연히 행마의 효율도 떨어질 텐데?

검토실의 젊은 프로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중앙으로 떨어진 44 역시 검토진의 예상 진로를 벗어났다. 방향이 다르다. 언뜻 보면 좌변을 최대한 키워야 하는 백의 처지에서 당연한 착수 같은데 45의 응수가 안성맞춤이다. 46부터 57까지(수순 중 49가 멋진 맥), 자연스럽게 좌변 백 세력이 지워지는 형태가 돼서는 아무래도 백의 전략적 실패 같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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