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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똑똑해진 사무실 전화…고객·거래처 응대 쉬워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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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진화하는 유선전화 서비스

선박 관리 업체를 운영하는 임봉철씨는 사무실 유선전화가 울릴 때마다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다. 발신자의 전화번호에 따라 ‘배 바닥 청소 깨끗이’ ‘보험 가입 요청’ 등 고객들이 이전에 넘겼던 요청 사항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임씨는 "‘통화매니저 오피스’에 가입한 이후 거래처와의 이전 통화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영업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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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통화매니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5000만 명 대 1200만 명.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와 유선전화 가입자 수다. 한때는 KT를 먹여 살렸던 유선전화가 이제 정보통신(IT) 업계의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스마트폰의 사양이 나날이 발전하며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유선전화 한 대는 기본으로 설치했지만 최근에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아예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는 집도 많아졌다. 사무실이나 영업점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한통 ‘통화매니저 오피스’
전화벨 울리면 PC·스마트폰에
발신자·통화기록·요청사항 보여줘
중기·학원·소상공인들에게 인기

통화연결음·이미지 서비스
전화 걸면 매장 안내 멘트 들려줘
광고이미지·홍보사진 보여주기도
“기업·가게, 영업 도우미로 발전 중”

그러나 최근 외면당했던 유선 전화가 지능망 기술을 입고 똑똑한 서비스로 변신하고 있다. 지능망이란 기존의 통신망에 컴퓨터를 연결해 새로운 기술을 쉽게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를 뜻한다. 유선전화에 PC의 두뇌가 결합한 서비스가 개발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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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매니저 오피스’에 가입한 유선전화 이용자는 전화를 건 고객의 이름과 통화기록, 요청사항, 관련 메모 등 미리 등록해둔 정보를 PC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지능망 솔루션 개발업체 유엔젤이 만들고 중소IT기업 한통이 서비스하는 ‘통화매니저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유선전화로 전화가 걸려오면 상대방의 전화번호 외에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PC나 스마트폰으로 발신자와의 이전 통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발신자 이름과 전화번호, 기억해야 하는 내용 등을 등록해 놓으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할 때부터 관련 정보가 PC와 스마트폰 화면에 올라온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화를 건 사람에 대해 알고 응대하기 때문에 업무 상담이나 거래처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자체 통신 장비를 갖춘 기업만 이런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로 대기업에서만 이런 서비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통화매니저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비싼 콜센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1인 기업도 저렴한 비용으로 유선전화 발신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정덕상 한통 대표는 “사실 통화매니저가 처음 출시됐던 2005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국 8만여 개 부동산 중개업소 가운데 절반인 4만여 개에서 통화매니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1인 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영업에 필요한 기능을 꾸준히 추가할 예정”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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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은 약 10만 개 업체, 48만 회선으로 늘었다. 학원, 유치원, 꽃집 등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다. 회선 당 월 440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데 사용 회선이 많아질수록 할인율이 60%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도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8000여 회선을 신청하는 등 중앙부처와 주요 관공서, 금융기관, 대학도 이용중이다.

지난달부터는 월 2000원이던 스마트폰 버전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하고 기존 PC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일정관리·주문관리·회원관리 기능이 더해져 통화를 하면서 회원 정보를 수정하거나 주문내역을 추가하고 고객과의 약속 등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영업시간 외에는 점포 내의 유선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휴대전화와 연결해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통 측은 한 달에 약 8000명이 이 서비스에 신규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통화연결음 서비스 ‘링고비즈플러스’와 통화연결 이미지 서비스 ‘비즈 브랜드팝업’도 인기다. 링고비즈플러스는 월 4400원을 내면 손님이 매장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일반 통화연결 기계음 대신 매장 안내 멘트를 재생해 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가게 홍보 뿐 아니라 영업시간과 휴무일 등 매장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바로 알릴 수 있어 소상공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팝업은 스마트폰에서 유선전화나 인터넷 전화 등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해당 업체의 광고 이미지나 상호, 홍보 사진 등을 보여주는 통화연결 이미지 서비스다. 월 4400원을 내면 이용 가능하다.

이종욱 유엔젤 컨버전스사업팀장은 “지능망 기술 등을 업은 유선전화의 똑똑한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과 달리 기업들은 유선전화 이용이 필수적인 만큼 각종 기술로 진화하는 유선전화 서비스가 업체들의 유용한 영업 도우미로 발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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