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기사 이미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밭 갈아 먹고, 우물 파서 마시니,

황제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

- 작자 미상, ‘고복격양가’ 중에서

임금을 의식하지 않는 백성
그런 정치가 최상이 아닐까

중국 고대의 성군으로 알려진 요(堯) 임금님께서 잠행을 나갔을 때 한 늙은 노인이 나무 그늘에 누워 자기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면 부른 노래(鼓腹擊壤歌)라고 한다. 백성들이 편히 잘살면서도 그것이 임금의 덕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을 보고도 요 임금은 언짢아하기는커녕 나라와 임금의 존재를 의식하지도 않는 백성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선정이고 자신의 이상이라고 하면서 기뻐했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고 취직이 잘되는 세상을 만들어서, 국민이 “내가 일해서 먹고살고 나라에 세금도 낸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치인 어디 없을까? 국민의 부담을 덜어 준다고 하면서 가격과 수수료를 깎아 누군가의 장사를 망치고 일자리도 생기기 어렵게 만들면서 국민이 고마워하고 표를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정치인, 국민은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데 재원 대책도 없이 복지 혜택을 확대해 주겠다고 하는 정치인만 넘쳐나는 이 시대가 하 한심해서 이 시를 골라 보았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