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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청춘리포트] 여고는 내신 따기 힘들다? 고교생 토크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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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여고, 더러운 남고, 연애천국 남녀공학?
대한민국 고등학교 환상과 현실 사이
고교 재학생이 말하는 여고·남고·공학론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여고, 남고, 남녀공학(그 안에서도 남녀공학을 사칭한 남녀분반, 남녀혼반으로 나뉜다)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부모님의 권유, 집에서 가까운 곳, 뺑뺑이 추첨 결과, 소신 있는 선택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환상, 호기심은 더 큰 법. 남녀공학에 가면 당장 남자친구가 생길 것만 같고, 여고를 가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단성학교(여고, 남고)와 남녀공학의 고정관념과 다양한 편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남녀 고교생 7명이 모였다. 그들이 털어놓는 여고, 남고, 공학의 진짜 모습을 들어보도록 하자.

#청춘_남녀_입장


여고 대표
안혜리(서울 무학여고 1)·이도현(천안여고 1)
+최정윤(제주 브랭섬홀 아시아 12, 남녀분반 공학을 거쳐 여고 재학중)
남고 대표
김지훈(익산 원광고 1) 최상인(서울 영일고 1)
남녀공학 대표
오가윤(김해 장유고 1, 남녀분반)박주민(고양일고 1, 남녀합반)

#여고_남고_공학_생각나는_이미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첫 대화 주제는 각 학교에 대한 이미지였다. 학생들은 각 학교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떠오르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말해보라고 했더니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여고: 톡톡 튀는 발랄함, 여자들밖에 없는 세상, 더러움, 외로움, 자유분방함, 금남의 구역, 천국, 깨끗한 곳
남고: 축구, 동성애, 운동만 할 것 같다, 더러움, 점심시간 땀 냄새, 야한 얘기가 많이 오가는 곳
공학: 연애, 사랑, 썸, 연애, 내가 다니는 곳, 남자가 들어가는 천국, 사랑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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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가능했던 답변도 있었고 뜻밖의 얘기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남녀공학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랑, 연애와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며 대동단결했다. 과연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각 학교의 실제 모습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를까.

#여고_는_정말_깨끗할까?

여고의 이미지에 대해 '깨끗하다'를 떠올리는 순진한 남학생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여고생은 절규했다.

“여고생은 여자가 아니라 짐승이라고!”

(정윤) “머리를 안 감아요. 왜냐하면 신경 쓸 남자애들이 없거든요.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신경을 안 써요. ‘나 오늘 머리 안 감았으니까 머리 건드리지 마!’라고 하죠. 그럼 애들은 ‘정내(정수리 냄새) 쩔어~’ 그러면서 지나가요.”

(도현) “머리 감고 오면 자랑해요. ‘오늘 머리 감았어, 냄새 맡아봐’ 이렇게요. 비가 오면 젖은 양말을 벗어 창가에 널어놓고 말리고요. 선생님들이 교실에 들어올 때 고정 멘트가 있어요. ‘무슨 냄새가 나는데? 우리 환기 좀 시키고 공부 시작할까?’

(혜리) “음… 우리 학교가 여고 치고 깨끗한가 봐요. 그래도 머리는 감고 와요! 앞머리 떡지면 학교에서 감기도 하고요.”

물론 여학생이 더러움엔 개인차가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깨끗하지만은 않다는 건 사실이다. 외모에 신경을 덜 쓰다 보니 시간이 절약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여고생 패널들은 입을 모았다. 귀차니즘에 휩싸인 여고 학생들도 금요일 저녁, 시내를 나가거나 놀러 갈 때는 달라진다. 하교 전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화장도 한다. 이 모든 건 교실 안에서 이루어진다.

화장실도 짝지어 다니는 여자들답게 생리현상도 자연스럽게 밝혔다. 부부들도 쉽지 않다는 방귀 트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침 인사는 “모닝 똥 싸고 왔어?”, 수업시간에 “선생님, 저 똥 싸러 갔다 올게요!”라는 소리는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공개하진 않는다. 열일곱, 한참 부끄러움이 많을 나이라 처음엔 수줍은 목소리로 짝에게 말한다.

“나 방귀 뀌어도 돼?”

2학기 정도가 되면 “나 함”, “나야”로 바뀐다. 심지어 곁땀과 '겨털'을 자랑한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옆에서 여고의 실체를 듣고 있던 남학생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주민 학생은 “누나가 있고… 남녀공학이라 여자에 대한 환상이 진짜 없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근데 진짜 궁금한데, 여고 안 깨끗해요?” 상인 학생의 물음에 여고 대표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안 깨끗해요~”

#청결_과_더러움_의_공존_남고

(상인) “남고하면 축구를 떠올리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축구를 많이 해요. 그래도 그렇게 더럽진 않아요. 체육시간 끝나면 저희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창문을 열어놔요. 냄새 나면 선생님들이 찌푸리시고 수업 분위기가 나빠지니까 미리 예방하는 거죠. ”

(지훈) “체육시간엔 다 같이 축구를 하고 교실로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등목을 해요. 그래서 딱히 땀 냄새는 안 나는 것 같아요. 반전은 등목한 상태로 옷을 안 입고 속옷만 입고 돌아다녀요. 그러다가 여자 선생님 만나면 도망 다니죠.”

남고 학생들은 생각보다 청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머리를 안 감는다는 여고생들과 달리 오히려 머리를 매일 안 감는 애들이 이상한 거라고 증언했다. 그들이 머리를 자주 감을 수 있는 데는 짧은 머리의 편의성도 한몫 했다. 세수하면서 머리까지 원스톱으로 씻기 때문이다.

물론 더러운 면모도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일년 내내 빨지 않은 체육복이나 축구화를 친구들과 서로 빌리고 빌려주면서 돌려 입는다. 공공 용품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 체육복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친구에게 빌려준 운동화에 땀이 차 질척"(상인)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겨털을 뽑아 친구 머리에 몰래 올려놓고, 온몸의 털을 뽑아 뿌리는 등의 장난도 빼놓을 수 없다. 친한 친구들끼리 생리 현상을 공개하며 장난치는 건 남고도 비슷했다. 조용한 자습시간에 일부러 트림을 크게 하고, 방귀 소리 크게 내기 배틀을 하며 친구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관심종자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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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_이_싹_트는_남녀공학?!

(가윤) “화장하고 교실 밖에 나서는 순간 선생님한테 걸리니까, 급식실에 안 가는 친구도 있어요. 밥을 못 먹더라도 화장을 하겠다는 거죠. 저희 학교는 공학이지만 분반이라서 여고, 남고 유형이 섞여있는 것 같아요. 반에서 나갈 때만 꾸미고 반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고랑 똑같아요. 예를 들어 젖은 양말을 창가에 널어놓는 건 여고랑 똑같은데, 이동 수업이 있어서 교실에 남학생이 들어올 일이 있으면 후다닥 치우죠.”

(주민) “생각보다 연애를 하는 애들이 많지 않아요. 간혹 반에 커플이 있으면 서로 자리가 떨어져 있는데 허공에서 하트 만들기 하면서 티를 내기는 해요.”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남녀공학이 이성과 만날 기회는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사랑이 넘쳐흐르는 곳은 아니다. 특히 분반의 경우엔 여고, 남고와 특별한 차이점이 없다는 게 이들의 얘기. 남녀 분반에 다니는 가윤 학생은 여고와 대부분 비슷하다고 밝혔다. 생리 현상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도 같다. 단, 친구들에게 향수를 빌려 화장실에 간다는 건 남녀공학만의 특징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온 뒤 남자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 혹시나 풍길 불결한 냄새를 향수로 숨기겠다는 전략이다.

“저흰 남자끼리도 안 트는데요? 남자끼리도 안 트지 않아요?”

남녀혼반인 주민 학생의 경우 남자들끼리도 생리 현상을 자연스럽게 말하지는 않는다고 증언했다. 남자들끼리 서로 예의를 차리는 게 아니라 여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하는 차원에서다. 이렇듯 같은 남녀공학이라도 한 공간에 이성이 있냐 없냐에 따라 학생들의 태도는 상당히 달라졌다.

하지만 처음엔 서로를 의식하던 남녀도 계속 얼굴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된다. 남학생이 여학생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건 역시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

(주민) “학기 초에는 약간 내숭도 있었지만 2학기가 지나가면 여자들이 교실에서 체육복을 그냥 갈아입어요. 저는 그게 아직도 조금 쇼킹한데 여기가 남고인가 여고인가 착각할 정도로 내숭이 없어져요.”

(가윤) “뒤로 연락하는 건 있겠지만 앞에서는 서로 장난치기 바빠요. 진~짜 못생겼다고 한마디씩 하고, 서로 신발 숨기고 괴롭히는 일 밖에 없어요.”

#이성_이_그리운_단성고_이상현상

(여고, 정윤)학교 담장 너머로 남자가 지나가면 애들이 ‘번호 뭐예요’라고 물어요. 그리고 자기 전화번호를 허공에 대고 외치기도 하고요. 창피해 죽겠어요.(웃음)”

(남고, 상인) “건물 바깥쪽이 도로인데 쉬는 시간마다 누가 딱 신호를 줘요. ‘야! 여자 온다’ 그러면 다들 창문 밖을 쳐다보고 ‘번호 달라’, ‘예쁘다’ 소리 질러요. 체육시간에 밖에서 여자들이 지나가면 애들끼리 서로 때리면서 ‘개이뻐, 개이뻐’ 그래요. 그러다 주민 신고가 들어온 뒤로는 안 해요.”

(공학, 가윤) “같은 학교 애들은 매일 보니까 남자로 안 보여요. 여긴 그냥 여자학교다 생각하면서 지내죠. 학교에 가끔 잘생긴 남자가 오면 전부다 몰려가서 봐요.”

한참 이성에 관심 많을 나이. 이성을 보면 절대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 있지 못한다. 친구를 툭툭 치며 “저기 봐”라고 급격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모든 학교의 공통점이다. 남고생들은 항상 여자 얘기를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흔히 예상하듯 야하고 문란한 얘기도 큰 대화 주제인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에 수업시간에도 그런 얘기들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따로 영상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가끔 SNS에서 야한 사진이 나오면 다들 불러서 함께 보는 정도다.

(지훈)빔 프로젝터 세팅이 끝나고 선생님이 ‘절대 만지지 마라’고 말씀하시고 가셨어요. 점심시간에 다른 반 애가 와서 외우고 있던 주소를 쳐서 결국 다 같이 빔 프로젝터로 야동을 보게 됐어요. 선생님한테 딱 걸렸죠.”

#왜_성별_로_학교_를_구분_하나요

이렇게 이성에 관심 많고 다른 성에 대한 가치관을 일궈가는 청소년 시절에 자의든 타의든 여고, 남고로 따로 떨어져 지내는 단성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도현)여고에 다니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요. 학교가 산속에 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거든요. 남자라고는 학교 선생님뿐인데 가끔 금요일마다 시내에 나가서 남자를 보면 깜짝 깜짝 놀라요. ‘남자야~’ 이러면서 피해 갈 때가 있어요. 남자공포증이 생길 것 같아요.”

(정윤)제 친구들을 보면 여중, 여고 나온 애들이 남자애들과 잘 못 어울리는 편이에요. 근데 사회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남자들이랑 같이 생활해야 되는데 굳이 단성 학교를 다닐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혜리) “여고·남고·남녀공학으로 나눠서 선택의 폭이 확장된 건 맞는 것 같아요. 근데 굳이 그 기준이 성별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단성학교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다시 생각을 해봐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고교생_기싸움_과_은따_사이

(여고, 혜리)여고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기싸움이 세다는 거예요. 경쟁도 너무 심하고요.”

(남고, 상인)그냥 싫어서 은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친구의 성향이 저희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얘기를 해줘도 은따를 당하는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는지 고칠 생각도 안 해요.”

(공학, 가윤)남자애들한테 인기 많은 애들을 뒤에서 욕하는 경우가 있어요. 남자애들 앞에서 행동이 달라지는 애들도 싫어하죠.”

언제나 화기애애할 수만 없는 고교 생활, 특히 여고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화 중간중간 기싸움 때문에 피곤하다고 얘기했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그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면 기싸움에서 진 사람은 그 그룹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기싸움을 하다가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할 정도다. 특히 성적에 예민해 시험을 치고 나면 자기 등수는 숨기면서 “너 몇 등이야?”라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싸움이나, 따돌림은 어느 학교에나 존재했다. 특별히 괴롭히거나 무시하지는 않지만 딱히 같이 놀지는 않는 친구다.

“못되게 군다거나 뒤에서 애들을 욕하고 다니거나 그러면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는 것 같아요.”

남녀공학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남자 앞에서는 태도가 달라지는 친구를 싫어한다는 건 특이했다.

#학교에서_듣는_성차별_발언

선생님이 무심코 던지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학생들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모두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교복 치마를 입고 아빠 다리를 할 때가 있어요. 남자 선생님들이 보시고 ‘다리 예쁜 거 보여주려고 그러냐’라고 말씀하시는데 불쾌한 기분이 들어요.”

“여자는 무조건 가정을 이루고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매번 ‘조용히 해라 남자들이 무슨 말이 이렇게 많냐! 남자들은 점잖아야 한다’라고 하세요. 그럼 여자들은 말이 많아야 하나요? 여자 학교에 가면 또 ‘여자들이 조신해야지 왜 또 말이 이렇게 많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실 테니까요.”

나중에 결혼 안 할 사람 손을 들어 보라고 해요. 그럼 몇 명이 손을 들겠죠. 그럼 ‘너희들이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니?’부터 시작해서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 저출산인데 아이를 많이 낳아야 나라가 잘 굴러가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을 하세요. 그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려요.”

#남녀공학_은_내신_따기_쉽다?

서울 H여고의 기숙사 자습실 야간자습 풍경. [사진=중앙포토]

서울 H여고의 기숙사 자습실 야간자습 풍경. [사진=중앙포토]

학부모들은 남녀공학이 이성 교제 등을 이유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자녀들에게 단성고 진학을 권하기도 한다. 또는 남녀공학이 내신 관리가 좀 더 쉽다는 생각에 남녀공학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한다. 실제로 내신 따기 유리한 학교는 어디일까. 학생들은 입을 모아 “그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도현) “하기 나름이긴 한데, 저희 동네에선 여고가 성적 관리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천안에 여고가 3개인데 모두 명문이거든요. 애들이 전부 잘하니까 등급컷도 높아요. 자퇴를 하고 다시 남녀공학으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도 많아요.”

(정윤) “저희 학교는 절대평가라서 비교할 순 없지만 예전에 잠깐 남녀공학 다녔을 때 생각하면 남자애들도 잘하는 애들은 진짜 잘하거든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무조건 더 잘한다는 건 아니에요."

(주민) “여고, 남고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여고에는 공부 잘하는 여자애들이 가는 거고, 남고는 공부 잘하는 남자애들이 가니 당연히 성적이 높은 거 아닐까요.”

남녀공학에 간다고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얘기엔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놀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단성고도 마음만 먹으면 반팅, 소개팅으로 이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의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직접 들어보자.

(상인)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단성 학교를 선택한 케이스예요. 저희 학교가 야간자율학습도 늦은 시간까지 시키고 야자실도 성적별로 차등을 줘서 학생들도 경쟁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편이에요. 이번 시험 기간에는 프린트물을 모아둔 파일을 도난당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친구가 빌려줘서 복사해 공부하긴 했는데, 자기 필기가 아니니까 불편하더라고요. 남고도 치열해요. 남고가 놀기 좋아하고 자유분방할 것 같지만 공부를 하는 애들은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훈) “고등학교 선택지가 세 개 있었어요. 남고 2개, 공학이 1개 있었는데 공부에 영향 미치는 건 전혀 생각 안 하고 밥이 맛있다는 곳으로 갔어요. 중학교 때와 등수는 비슷해요. 딱히 남고라고 해서 공부를 대충 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고 어디 가나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주민) “선택할 수 있는 게 남녀공학밖에 없었어요. 제가 사는 곳은 학구열이 많이 높지는 않아서 내신이나 성적이 학교 선택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요.”

(가윤) “성적순으로 뽑기 때문에 맞춰서 갔어요. 여고도 가고 싶었지만 집 근처에 있는 여고가 특성화고라서 그냥 남녀공학을 갔어요.”

(정윤) “여고 간 이유가 공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희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있는 국제 학교거든요. 동생이 먼저 다니고 있어서 같은 학교로 전학을 간 거예요. 일단 학비가 비싸다 보니 헛되이 시간 보내지 않기 위해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안 하는 애들은 진짜 안 하지만요.”

(도현)천안은 여고가 딱 3개인데, 모두 명문이에요. 저는 1~3지망까지 다 여고를 썼어요.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혜리) “이사를 오면서 어쩔 수 없이 여고를 다니게 됐는데, 기싸움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어느 정도 적응되니 괜찮더라고요.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여자들이 모여서 공부하면 분위기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자들끼리 모여 있으니 시끌시끌해 집중하기 더 어려울 때도 많다는 거예요. 특히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반의 경우는 진짜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중3이 학교 선택으로 고민한다면 자기 스타일에 맞는 곳으로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다시_중3이_된다면_나의_선택은?

[자료사진=중앙포토]

[자료사진=중앙포토]

본인이 선택한 학교를 다녀봤고, 각 학교별 특성도 들었다. 만약 다시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과연 이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혜리)남녀공학.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제가 그쪽에서 더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고 애들하고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도현)집이랑 제일 가까운 남녀공학을 선택할 것 같아요. 내신 따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괜히 들어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윤) “남녀공학. 공부는 본인 하기 나름인 것 같고요. 저는 남자인 친구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자인 친구와 여자인 친구들은 다르잖아요. 그리고 학창시절 연애에 대한 로망도 있어서 남녀공학 가고 싶어요. (웃음)”

(가윤) “여고를 가고 싶어요. 아까 친구들 얘기 들어 보니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주민) “저는 그대로 남녀공학 선택할 거예요. 남고엔 적응 못할 것 같아요.”

(지훈) “저희 지역 남녀공학은 남자랑 여자랑 따로 생활해요. 건물까지도요. 저는 합반인 남녀공학을 가고 싶어요. 여자를 보고 싶어서 뿐만 아니라,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될 때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요.”

(상인) “저는 남고요. 지금 학교에 만족하거든요. 학교 가는 게 재밌다는 게 가장 좋아요. 굳이 학교에 여자애들이 없어도 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여자를 만나는 것보다 밖에서 친구들이랑 놀면서 만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학교의 성별 유형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성적이나 교우 관계는 각자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얘기했다. 학교를 선택할 때 성별에 좌우되기보다는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고 현명하게 선택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글= 이경희·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영상=전민선 프리랜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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