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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선영의 노벨상 이야기

어떤 연구를 해야 노벨상이 나오나? -2016년 수상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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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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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마다 우리 언론은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기초과학 홀대와 연구비 부족을 지적하면서 정부를 비판한다. 그동안 별별 처방책이 다 나왔지만 국내에는 아직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자가 없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말하면 문제를 원론적으로만 접근할 뿐 핵심 이슈에 대한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종류의 기초과학 중에서 어떤 분야를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노벨상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생리의학 분야 수상자인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는 치열하게 경쟁하기 싫어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던 효모의 액포를 연구하다가 오토파지 현상을 발견했다. 오스미가 처음 논문을 냈을 때만 해도 그저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발표였다. 그런데 그의 발견이 인체 질환의 해석과 연결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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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기계를 설계하고 이를 합성한 화학 분야 수상자 3명의 연구는 상황이 다르다. 이 개념은 그 전에 이미 제시된 바 있고, 특정 상황에서 합성 가능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활용 가치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범용적인 분자기계 합성 기술을 개발할 경우 학문적으로는 물론 실용적 차원에서도 ‘대박’이 될 성과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3년 장피에르 소바주를 시작으로 분자를 기계적으로 조작해 고리를 만들고, 이를 회전시키고, 모터와 자동차처럼 만들었다. 화학적 방법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서 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 만큼 잠재력도 크다. 수상자 3인 모두가 다수의 특허를 가지고 있고, 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업적의 공통점은 임팩트가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분야 수상자들 간에는 흥미로운 차이점이 있다. 오스미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도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실험 결과의 확장성은 몰랐다. 그의 연구는 실험하면 뭔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과학이었다. 반면에 화학자 3명의 연구는 그 중요도가 명확했지만 실패 확률이 컸다. 하나는 결과의 가치는 불확실하지만 ‘캐면 뭔가 나오는’ 기초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성공 시 영향이 큰 ‘뭔가를 만드는’ 고(高)위험도의 목표 지향적 과제였다. 우리와 같이 연구비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 두 가지 다른 성격의 연구를 어떻게 섞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예산을 배분해야 효과가 극대화될까? 해결의 열쇠는 총론적 논쟁이 아니라 실천의 디테일을 만드는 데 있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