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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이상돈도 안 최순실, 친박은 몰랐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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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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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정치부 기자

“최순실 관련 얘기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말이 무조건 맞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31일 “친박들이 최순실을 몰랐다고 한다”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알지. 그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1년간 대선 캠프에 있었다. 이 의원은 “대선을 준비할 때 모두들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당시엔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상으로 발전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겨우 1년 동안 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이 의원도 아는 최씨의 존재를 정작 박 대통령 곁에서 10년, 20년을 머물렀던 친박 의원들은 “몰랐다”고 한다. 박 대통령 밑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몰랐다”를 고수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도 공개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지낸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최씨를 안다는 인사는 비박(非朴)이거나 박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진 ‘짤박(짤린 친박)’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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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친박은 정말 몰랐을까. 이상돈 의원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측에서 최태민과 최순실에 대해 그렇게 네거티브를 했는데 최순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박 대통령 곁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친박들은 귀머거리·장님이란 얘기냐”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4년 동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사실 대통령 얼굴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람이다. 그런 그도 최순실을 비선 실세로 알 정도인데…”라며 어이없어 했다.

친박이 이렇게 발뺌하는 상황이니 진정이 담긴 사과와 반성이 나올 리 없다. 오히려 이정현 대표는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들에게 물어본다”고 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았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인인 최씨에게 물어봤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주적인 김정일에게 물어봤다”고 뜬금없는 색깔론까지 펼쳤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건 각종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로 무시하다가 뒤늦게 해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혜훈 의원은 31일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했다. “몰랐더라도 책임을 벗기 어렵고 알았다면 공범에 해당하는 거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솔직한 자기 고백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효성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