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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하이든 ‘고별’ 교향곡

중앙일보

입력

요제프 하이든은 1766년 에스테르하지궁의 궁정악장이 됩니다.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모든 음악을 책임지는 자리였죠.

1765년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노이지들러 호수 맞은편에 여름 별궁을 짓습니다.

126개의 방이 있는 이 궁전은 ‘헝가리의 베르사유 궁전’이라 불릴 정도로 크고 화려했습니다.

1766년부터 후작은 여름 동안 별궁에 머물렀습니다.

하이든과 궁정악단도 여름 약 6개월간은 별궁에서 지내게 됩니다.

휴가도 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여름 내내 엄청난 공연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던 단원들.

당연히 불평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해보다 두 달 더 별궁에 머물러야 했던 1772년에는 단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하이든은 음악으로 후작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4악장에서 각 악기 주자들은 촛불을 불어 끄고 차례로 퇴장합니다.

최후에는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만이 남아 지친 듯이 연주를 마칩니다.

후작은 하이든의 위트가 번뜩이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했고, 단원 모두에게 휴가를 내렸습니다.

하이든 교향곡 45번에는 그래서 ‘고별(farewell)’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저도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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