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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딘, 클린턴 침실까지 드나든 막후 실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후마 애버딘(40)은 자타가 공인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이다. 공식 직함이 있다는 점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과 다를 뿐 막후 실세 노릇을 했다.

20세 때 백악관 인턴, 20년째 보좌
빌도 애버딘 통해야 힐러리와 통화

애버딘은 인도계 아버지와 파키스탄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이슬람교도다. 워싱턴 정가에선 드문 존재다. 일각에선 “애버딘의 배후 세력에 의심스러운 이슬람 세력이 있다”고 중상모략한다. FBI 재수사 방침이 터져 나온 뒤인 29일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애버딘은 오랜 전부터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버딘은 미시간에서 태어났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학 교수를 한 어머니를 따라 아랍에서 성장했다. 조지워싱턴대에 재학 중인 20세 때 당시 퍼스트레이디이던 클린턴의 인턴으로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침착하고 냉정하면서 일벌레로 소문났다고 한다. 클린턴의 애정이 남달라 ‘힐러리의 수양딸’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앤서니 위버와 2010년 결혼할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례를 섰다.

클린턴이 애버딘에 얼마나 의존하는가는 미 FBI 의 e메일 스캔들 수사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클린턴 e메일의 절반 이상이 애버딘 등 측근 3명과 주고받은 것이었다. 클린턴의 외교 가정교사인 리처드 흘브룩(전 유엔대사)이나 엘 고어 전 부통령, 심지어는 남편 빌 클린턴까지도 애버딘을 통해야만 클린턴과 전화로 연락할 수 있었다 한다. 클린턴의 침실을 노크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애버딘이 유일하다. 팩스 사용법을 몰라 쩔쩔맬 때도, 미용실 예약에서 건강검진 예약까지 모든 게 애버딘의 몫이었다.

당초 수행 및 비서 역할에 머물던 애버딘의 활동 영역은 클린턴이 2013년 2월 국무장관을 사임한 뒤 크게 확대됐다. ‘2016년의 대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캠프 꾸리기의 선봉에 섰다. 외교 공약 수립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캠프가 본격 가동한 뒤로는 애버딘의 위세가 캠프의 1인자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과 비교되기도 했다. 실제 유세장에선 클린턴이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셀카를 찍을 때 애버딘은 ‘자신의 팬’들과 셀카를 찍으며 ‘개인 플레이’를 할 정도로 독보적 파워를 자랑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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