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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경영 신시장 개척하다] 짙어지는 경기 침체 …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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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 2016’에서 화제를 모은 LG전자의 ‘올레드 터널’. 곡면 형태의 5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 216장을 이용해 4억5000만 개 화소로 만들었다.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사진 LG전자]

“위계 질서가 분명하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통제하는 대기업 조직은 다음 세기에는 없을 겁니다. 느슨하고 유연한, 회사나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는 시대가 옵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시대"
중동 등 해외 시장 공격적 진출
승진 때 한 달씩 재충전 휴가
'2박3일 혁신세미나' 개최 등
기업마다 조직문화 쇄신 나서

미국의 무인항공기(드론) 업체인 ‘3D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55) 대표는 기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에 직면했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혁신’에 대해 강연할 때다.

앤더슨 대표 자신이 정보기술(IT)·과학 분야 언론인으로서 혁신의 흐름을 보도하다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경영인으로 변신한 경우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에는 하위 80%의 ‘긴 꼬리(long tail)’가 상위 20%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내용의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의 저자다. 앤더슨 대표는 “미국의 혁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민자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 역시 가진 것을 다 잃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조건 시작부터 하는 문화로 바뀌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조직 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2~14일 ‘2박3일 혁신 세미나’를 열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 40여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57시간 동안 혁신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최 회장은 “근본적인 혁신(Deep Change)을 해야한다. 말로만 해선 안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도 글로벌 현장에 나가서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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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도 지난 12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젊은 청년기업’을 내세우며 조직 혁신안을 내놓았다. ▶과장·차장·부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한 달씩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미래 계획을 세울 기회를 주고 ▶팀장들은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2차례 이상 ‘칼퇴근’하며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근무하고 ▶하루 4시간 주당 40시간만 근무한다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이다.

기업들이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 1~9월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내년도 경기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민간 연구원에선 2.2%까지 보고 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새 시장 개척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특히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중국내 승용차 생산능력을 254만대로 확대한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제네시스 G80과 G90(국내명 EQ900)도 곧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기아차도 멕시코 공장을 신설하는 등 186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10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LG는 280여개 해외 법인에서 9만5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인 LG시그니처에 중점을 두면서 올레드TV 제품군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렸다. LG화학은 미국의 GM·크라이슬러, 유럽의 아우디·볼보 등 20여개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러시아와 중동, 캐나다와 미국 등 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진출했다. LG CNS는 남미·유럽·동남아는 물론 최근 카타르에 경전철 플랫폼 스크린 도어 시스템 구축하면서 중동 교통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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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 이상을 수출을 통해 올린다. 올 상반기는 수출 비중이 70%에 달했다.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도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발하다. 지난 2월에는 국내 복합수지 업계 최초로 멕시코 법인을 설립했다. SK는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해외기업과 손을 잡고 국내외 합작공장 건설과 마케팅·유통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자원·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도시 인프라 등 3대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Sinopec)과 합작을 통해 중한석화 NCC 공장을 완공해, 연 250만t 규모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중이다. SK종합화학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사빅과 손잡았다.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네트워크 설비 제조·판매 업체인 미국 시스코와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을 하고 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기업인 살림(Salim) 그룹과 합작해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다. 또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화학부문 시장을 유럽·중앙아시아를 넘어 러시아·북아프리카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화첨단소재는 미국과 중국, 체코 등지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자동차부품 생산과 공급을 위한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신세계그룹도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해외 수출 전담팀을 만들고 중소기업 상품을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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