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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9년전 최태민 비리 언급에 "음해성 네거티브, 천벌받을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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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태민 씨

박근혜 대통령이 9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고(故) 최태민 씨를 두둔했던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태민 씨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아버지로, 육영수 여사가 작고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 곁에 머물며 각종 부당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밝혀진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2007년 7월 한나라당 국민검증청문회에서 최태민과의 관계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김명곤 당시 검증위원이 최태민에 대해 "이름이 7개 정도, 결혼은 6번 정도 했다고 한다"며 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묻자, 박 대통령은 '사람을 만날때 그 사람의 과거 일생을 검토해서 만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김 위원이 각종 이권개입과 횡령, 사기 등 중앙정보부가 파악한 최태민 씨의 비리에 대해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의 보고를 듣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직접 조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실체가 없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확인해보니 최초에 중앙정보부 조사팀에선 최태민 씨를 구속하자고 건의했는데 중앙정보부장이 구국봉사단 총재직에서 최씨를 사퇴시키고, 박 후보(박근혜 대통령)와 격리시키는 선에서 해결하자고 절충안을 만들어서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최씨의 주장과 중앙정보부의 보고 내용이 워낙 상충돼, 검찰에 전면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재조사 해보니 중앙정보부에서 확인했던 비리보다도 더 많은 비리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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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이에 박 대통령은 "아버지는 결코 적당히 봐주시거나 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비리가 밝혀졌다면) 덮어두라고 하실 분이 아니다. 더 엄청난 비리가 나왔다면 대검에서 법적 조치를 취해야지, 왜 그것을 덮는가. 그것은 검찰이 제대로 직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인데, 그렇게 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후보(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최태민 씨와 관련된 말이 나오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소리없이 웃기도 했다.

김 위원이 "최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면 '천벌을 받을 짓'이라든가, 이런 식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가 됐는데 실제로 이런 취지의 말을 하신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최태민 목사가 이런 비리가 있고, 나쁜 사람이다라 정해놓은 다음 그걸 내게 연결해서 내가 뭘 잘못한 것처럼 공격을 해왔다. 그런 것은 음해성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입에 담지 못할 얘기, 애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무리 네거티브 공세라 해도 이런 식의 것은 천벌 받을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이 "최태민 씨가 지금도 결백하고 모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의혹은 많이 제기됐지만 실체가 없지 않느냐"며 재차 최씨를 두둔했다.

2002년 4월 발행된 월간조선에도 박 대통령이 최태민 씨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황이 담겨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월간조선 기자가 최태민 씨와의 관계를 묻자 "이러는 저의가 뭐냐. 불쾌하다"며 인터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재차 최씨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박 대통령은 "당한 사람이 있느냐. 없지 않느냐"며 "돌아가신 분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느냐"고 정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들(박지만, 박근령)이 최태민의 전횡을 폭로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전횡해서 나쁜 일 한 게 뭐가 있냐"며 또 다시 최씨를 두둔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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