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장 둔화 탓? … 한국 온실가스 외환위기 이후 첫 감소

중앙일보

입력 2016.10.26 10:23

업데이트 2016.10.27 06:34

기사 이미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2014년 국내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2013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관계부처 검토를 거쳐 다음달 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26일 말했다.

2014년 배출량 전년 비해 감소…다음달 말 공식 발표
감축정책에 구조조정으로 전력·에너지 소비 줄어
경기 회복, 석탄 화력발전에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감축 목표 강화해야" 국제사회 압력 부를 수 있어

2013년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이산화탄소(CO2) 기준으로 6억9450만t이며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소비를 통한 배출량은 87%인 6억620만t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이 같은 2013년 배출량에서 1%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세계 에너지 주요 지표』 자료를 통해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한국의 배출량이 2013년 5억7225만t에서 2014년 5억6781만t으로 0.78%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4년 배출량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둔화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구조조정, 상대적으로 온화했던 날씨,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을 손꼽았다. 최광림(탄소자산연구소장) 세종대 겸임교수는 “철강·석유화학·조선 분야 구조조정으로 생산이 주춤하면서 전력·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010년 도입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연간 5만t 이상 배출하는 기업으로 확대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이 3.3% 증가했는데도 배출량이 감소한 것과 관련해 성장·배출 탈동조화(decoupling·따로 움직임) 현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990~2012년 경제는 37% 성장하면서 온실가스는 25% 줄인 독일이 대표적인 탈동조화 사례다.

반면 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는 “철강·석유·시멘트 업종이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경우 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기후환경융합 전공) 교수도 “최근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천연가스 대신 석탄을 화력발전 연료로 사용하면 배출량이 늘게 된다”고 우려했다.

배출량 감소는 세계 7위 배출국인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해 파리 기후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기로 했다. BAU는 감축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을 말한다. 정부는 2020년 무렵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러한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이미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다면 목표를 수정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말 채택된 파리 기후협정이 다음달 4일 발효되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기 위해 2020년부터 선진국·개발도상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 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목표를 재조정토록 하는 절차를 밟는다.

기사 이미지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배출전망치보다는 절대 수치로 감축 목표를 정해놓고 감축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장기적인 에너지 효율 제고 등에 투자할 수 있어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