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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시바 여왕의 도착

중앙일보

입력

‘시바 여왕의 도착’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에 수록된 곡입니다.

오라토리오는 성악극입니다. 줄거리가 있어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배우의 연기는 없습니다.

헨델이 1748년 5월에서 6월에 걸쳐 쓴 ‘솔로몬’은 이듬해 3월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초연됐습니다.

이 시기 헨델은 천재성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력을 자랑했습니다. 몇 년 동안 ‘메시아’와 ‘유다스 마카베우스’, ‘삼손’ 등 대작들을 왕성하게 써내고 있었죠.

기독교 성서에 기초했음에도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종교적이지만은 않은 특성을 띱니다.

‘솔로몬’도 마찬가지여서 십수 명의 세속적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곡은 고악기와 현대악기, 대편성과 소편성 할 것 없이 꾸준히 사랑받아 온 관현악 작품입니다.

여왕을 맞이할 준비로 부산한 분위기 중에서 두드러지고 유별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악기는 오보에입니다. 두 대의 오보에가 부산하게 시바 여왕의 도착을 알립니다.

그러나 이 곡이 처음부터 ‘시바 여왕의 도착’과 관련이 있었는지는 작곡가인 헨델도 몰랐다고도 합니다.

‘솔로몬’의 3막 쯤에서 빈 곳을 메우기 위해 급히 쓴 서곡이었고, 제목은 나중에 붙었다고도 하죠.

그럼에도 이 곡은 ‘시바 여왕의 도착’을 생생하게 스케치한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해리 크리스토퍼스가 지휘하는 더 식스틴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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